강원도를 다녀온 지 일주일만이다. 태백산의 골 깊은 마을들을 징검돌처럼 겅중겅중 건너 다니다가, 불쑥 산자락 탄광촌들의 그늘에서 묻혀 온, 마음의 그을음 한자락을 씻어 보고픈 생각. 그래서 먼 바다, 제주로 향한다. 비행기로 한 시간 채 안 되는 길임에도 난 언제나 제주가 멀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먼 느낌의 제주가 좋다. 함부로 가볼 엄두가 나지 않는, 그래서 몇 번을 큰맘을 먹어야 감행할 수 있는 여정....그래서 계획에서부터 설레고마는 길... 관광객에 치여 번잡하게 다니기보다는 내뜻대로, 때로는 아무 계획없이, 이리저리 흩어진 길들에 섞여가는 여행이 좋다. 학창 시절, 제주도행 졸업여행을 거부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제주도에서도 기계는 반듯한 길들만 찾는다. 현지 어른들께 길을 물어가며 해안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