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뉴스 3

가상으로의 도피, '메타버스'(Metaverse)

짐 캐리 주연의 영화 (1998년 개봉)는 영화사 100년에 손꼽을 만한 작품으로 남았다. 코믹스러운 짐 캐리의 다채로운 표정 끝에 드러나는 가공의 현실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은 슬픔과 공포를 동시에 느꼈다. 소소한 일상에 설레고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기도 하던 트루먼의 일상이, 실제로는 거대한 세트 장 안에서 이루어진 각본의 결과였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은 허탈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럼에도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안정이 보장된 세트장 안의 삶을 거부하고 과감히 세트장 밖의 불확실한 삶을 선택하는 트루먼에게서, 우리는 누구에게도 규정되지 않는 주체적 존재로서의 대리만족을 느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 다음 해에 개봉된 영화 (1999년 개봉)는 파격적인 카메라 연출 기법과 CG가 접목된 화려한 영상으로 ..

산문 읽기... 2021.09.29

신축년(辛丑年), '소'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

하늘과 땅의 우주론적 질서를 조합하여 인간과 우주의 조화, 만물의 흐름을 살피려 한 '간지(干支)'는 중국에서 유래해 동양의 한자권 여러 나라로 퍼져나간 역법 가운데 하나이다. 간지는 하늘의 질서를 뜻하는 '천간(天干)'과 땅의 질서를 나타낸 '지지(地支)'가 합쳐진 이름인데, 이 둘을 조합하면 모두 '육십갑자'가 만들어진다. 우선 천간은 '갑, 을, 병...'으로 이어지는 십간(十干)으로 구분되고, 지지는 '자, 축, 인, 묘...'등의 십이지지로 나뉜다. 2021년 새해는 천간의 여덟 번째인 신(辛)과 지지의 두 번째 '축(丑)'이 어우러지는 신축년이다. 이때 '신'은 흰색을 뜻하고, '축'은 소를 가리키므로 내년은 '흰 소 띠의 해'가 되는 것이다. 소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러 나..

하루하루... 2021.03.25

『페스트』와 『눈 먼 자들의 도시』, 그리고 '코로나'

194X년 4월 16일 아침, 평온하기 그지없는 알제리의 해안 도시 '오랑'. 의사 '베르나르 리외'는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을 나서다가 피를 토하고 죽어 있는 쥐 한 마리를 발견한다. 병원을 관리하는 수위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리외는 퇴근길 자신의 집 복도에서도 피를 토하고 쓰러진 쥐를 발견하고선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한다. 그리고 며칠 뒤, 도시는 온통 피를 토하는 쥐들의 사체로 덮이기 시작했다. 페스트의 시작이었다. 평온하기 그지없던 이 조용한 해안 도시는, 사람들의 곁에서 피를 토하고 죽는 쥐들로 인해 순식간에 공포의 도시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 도시는 봉쇄되었고, 봉쇄된 도시 안에서 사람들은 불안과 공포, 절망과 죽음이 혼돈하는 재앙의 시간을 견뎌야만 했다. 알베르 까뮈의 소설 『페스트』(19..

산문 읽기... 2021.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