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폭풍우가 지둥치던 그 여름날 밤 세상을 허물려는 빗발, 만물을 휩쓸려는 바람 그리고 피난민의 아우성 소리, 죽음의 비명 아 몸소리나는 그 속에 내 님은 내 손을 꽉 잡고 섰었다 사나이가 왜 그리 무서움이 많으냐고. 님아, 그것은 또 어느 늦은 가을 날 저녁 싸늘한 바람이 얼굴을 핥고 옆산에서 꿩이 울어 발 아래 바삭이는 낙엽이 옛보금자리를 그리워할 때 님은 내 가슴을 안고 힘찬 노래를 불렀었다 사나이의 정열이 한결 더 강해지라고. 그러던 님이 내 앞길을 인도해주던 그 사랑이 지금은 나를 떠났다. 내 마음 속을 떠나가 버렸다. 님아, 아무리 사정이 있었기로 옛사랑을 잊겠는가 아무리 옛사랑이기로 딴 님을 좇겠는가 사랑에 주린 사나이 님 잃은 나는 울고 있다 쩡쩡 얼음 갈라지는 강변에서 밤새도록 옛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