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늙은 절집>(심인보, 2007)...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좋은 문장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가슴 뛰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문장들이 전문 글쟁이의 것이 아닐 땐, 그 긴장감은 시기와 허탈감으로 변한다. 심인보의 <곱게 늙은 절집>(지안, 2007)은 그런 문장들 가운데 하나다. 밑줄 그어가며 읽던 이 책을 제자에게 물.. 시 읽기... 2014.10.12
허수경님의 시, <혼자 가는 먼 집> <혼자 가는 먼 집> *허 수 경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 시 읽기... 2014.09.02
이성복님의 시, <그대 가까이2>... 그대 가까이 2 -이성복 자꾸만 발꿈치를 들어보아도 당신은 보이지 않습니다 때로 기다림이 길어지면 원망하는 생각이 들어요 까마득한 하늘에 새털구름이 떠가고 무슨 노래를 불러 당신의 귓가에 닿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만나지 않았으니 헤어질 리 없고 헤어지지 않았어도 손 잡을 수.. 시 읽기... 2014.08.03
안도현님의 시,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안도현 그대에게 가고 싶다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시 읽기... 2014.07.23
박남준님의 시, <취나물국> <취나물국> -박남준 늦은 취나물 한 움큼 뜯어다 된장국 끓였다. 아흐 소태, 내뱉으려다 이런, 너 세상의 쓴 맛 아직 당당 멀었구나. 입에 넣고 다시금 새겨 빈 배에 넣으니 어금니 깊이 배어나는 아련한 곰취의 향기. 아, 나 살아오며 두 번 열 번 들여다보지 못하고 얼마나 잘못 저질.. 시 읽기... 2014.07.02
문태준님의 시 <강을 건너가는 꽃잎처럼>... 강을 건너가는 꽃잎처럼 *문 태 준 강을 건너가는 꽃잎들을 보았네 옛 거울을 들여다보듯 보았네 휘어져 돌아나가는 모롱이들 울고 울어도 토란잎처럼 젖지 않는 눈썹들 안 잊혀지는 사랑들 어느 강마을에도 닿지 않을 소식들 나 혼자 꽃 진 자리에 남아 시원스레 잊지도 못하고 앓다가 .. 시 읽기... 2014.06.26
박서영님의 시...<은신처> <은신처> *박 서 영 숨을 곳을 찾았다 검은 펄 속에 구멍을 내고 숨은 지렁이처럼 침묵은 아름다워지려고 입술을 다물었을까 분홍 지렁이의 울음을 들은 자들은 키스의 입구를 본 사람들이다 그곳으로 깊이 말려 들어간 사랑은 흰 나무들이 서 있는 숲에서 통증을 앓는다 입술 안에 .. 시 읽기... 2014.06.23
<상사, 그 광휘로움에 대하여>(정윤천)... 상사, 그 광휘로움에 대하여 *정윤천 ...(줄임)... 내게도, 꽃술 실한 수국 한 송이. 기도처럼 간곡하게 그에게로 드리웠던......긴한 마음의 옛 자취. 그러나 그 깊은 자리. 끝내는 혼자만의 화농으로 벌겋게 익었다가 가뭇없이 져야 했던, 만개한 마음 꽃 한 송이. 그래도 기억은, 가끔, 세월.. 시 읽기... 2013.10.28
<헤어짐을 가리키는 말...> 가을.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 서로 갈려 떨어지는 것이니 이별은 슬프다. 사랑하던 연인이라면 어찌 아무런 사연 없이 헤어지겠는가. 헤아릴 수 없는 별리와 만남이 삶 속에서 일어나기 때문인지 이별의 종류도 다양하다. 배별(拜別)은 존경하는 사람과의 작별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봉.. 시 읽기... 2013.05.09
울다가, 웃다가, 다시 울다... 김애란, <두근두근 내 인생> (창작과비평, 2011) 오래도록 신경숙을 앓았다. 그 우먹한 슬픔의 구덩이는 아늑했고, 문장들은 입에 달았다. 오래도록 편식하기에 충분한 문장들이었다. 간혹, 김훈에게로 건너가 눈을 헹구고, 문장으로 꿈틀대는 갖가지 사물들과 뒹굴며 놀다가도 해질 녘.. 시 읽기... 2011.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