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박서영님의 시...<은신처>

naru4u 2014. 6. 23. 01:23

<은신처>

                                                 *박 서 영

 

 

숨을 곳을 찾았다

검은 펄 속에 구멍을 내고 숨은 지렁이처럼

침묵은 아름다워지려고 입술을 다물었을까

분홍 지렁이의 울음을 들은 자들은

키스의 입구를 본 사람들이다

그곳으로 깊이 말려 들어간 사랑은

흰 나무들이 서 있는 숲에서 통증을 앓는다

입술 안에 사랑이 산다

하루에도 열두 번 몸을 뒤집는 붉은 짐승과 함께,

==================================<좋은 구름>(실천시선, 2014)...

'침묵'은 아름다운 걸까?

가슴 깊은 곳에 묻어야 하는 침묵은...

온몸을 뒤집어 땅속으로, 땅속으로만 길을 내는 지렁이의 몸짓은

자웅동체로 살아야 하는 평생의 외로움을 들키기 싫은 까닭일지도 모른다.

나도...

내 안의 이 외로움을 숨길 만한 "검은 펄 속 구멍" 하나를 가지고 싶다.

그리하여,

나 혼자만이 알아챌 수 있는 아름다운 침묵 하나를 기르고 싶은 것이다.

아득한 검은 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