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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베트남(2)...

동남아는 어디든 마사지가 필수 코스다. 한국에선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마사지샵을 동남아에 가면 꼭 들른다. 관광지 위주의 대로변보다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주택가 골목을 잘 찾아들면 실속있는 샵들이 제법 있다. 여기도 그런 곳 가운데 하나. 90분 코스에 약 2만5천원 정도. 팁까지 포함된 가격이니 아주 저렴한 가격이다. 관광가이드들이 소개하는 샵들은 4~5만원선. 팁(1~2만원)은 별도다. 이 샵에서 만난 매니저 가운데 '루'라는 아가씨가 있다. 올해 26인가...방글라데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베트남엔 돈을 벌러 왔다고 한다. 내가 한국인이란 걸 알고선 서툰 한국어로 인사를 건내온다. 잠시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모자란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그 짧은 시간은 여행의 또 다른 재미다. 새로운 사람들, 그들의..

다시 베트남으로...(1)

#-1. 삐걱이는 출발... 용케 잘 버틴다, 했는데 새해 시작부터 코로나에 걸려 꼬박 일주일을 앓았다. 평소에도 좀 무리한다 싶으면 편도가 붓곤 했는데, 코로나로 인한 인후통은 지금껏 겪은 통증 가운데 가장 극심했다. 절로 짜증이 솟구치는 날들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앓아 누웠다가 불쑥, 비행기 티켓을 끊어버렸다. 처음엔 그저 나라 안 여기저기, 발 닿는 대로 가볼 생각이었다가 급작스레 추워진 날씨에 따뜻함이 그리워진 까닭이다. 그러나...출발부터가 삐걱거린다. 오전 10에 예정되었던 비행기가 기상악화로 하염없이 지연되다가 결국 저녁 7시가 되어서야 떴다. 공항에서 꼬박 10시간을 갇혀 지냈다. 이젠 여행에서의 뜻하지 않는 변수들은 스트레스일 뿐이다. 우기에서 건기로 넘어가는 베트남의 다낭은 밤이 되자..

늦가을의 마음 한 쪽...

일요일 오후, 강의실 내 책상 위에 CD하나가 놓였다. ... 포스트잇에 붙은 마음 한 쪽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런 선물도, 이런 학생도 오랜만이다. 지금껏 아이들을 대하던 서툴렀던 내 마음들이, 이 아이의 마음 앞에서 부끄러워진다.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볼 일이다. 그리고 좀더 마음을 다듬어가야 할 일이다. 이 아이의 감성이 앞으로 세상 사는 일에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헤쳐가는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하루하루... 2022.11.28

이사를 다니는 재미...

이사를 다니는 일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요즘은 이사 대행 업체가 있어 편하다고는 하지만 옮겨다니는 공간이 다른 까닭에 짐을 부리고 정리하는 일은 여전히 사는 이의 몫이다. 2년만에 다시 이삿짐을 꾸렸다. 이 고단한 과업을 그나마 견디게 해주는 것은 새 집에 대한 기대감일 것이다. 처음엔 방정리와 간단한 소품 정도의 꾸밈이었다면, 몇 번의 이사끝에 생겨난 노하우로 이젠 집 전체에 대한 공간 꾸밈을 스스로 행하는 데까지 진화했다고 자부한다ㅎㅎ. #매트 블루의 발견 코발트 블루, 딥 블루, 스카이 블루...지금껏 유행했던 블루 컬러들. 이번 컨셉은 '블루&화이트'였기에 자연스레 블루 샘플들만 눈에 들어왔다. 어반블루, 매트블루... 올 여름 발견한 새로운 이름들이다. 컬러들, 조명들, 기타 자재들은 전체..

하루하루... 2022.08.08

미맹이 감히 추천하는 밥집(맛집?)...

*미슐랭이 아닌 미맹이 감히 추천해 보는 밥집! 아무거나 주는 대로 잘 먹는, 그래서 혼자 사는 것도 겁나지 않는 삼식이가, 십 수 년 창원 살면서 댕겨 본 밥집들...미맹이라 어지간하면 다 입맛에 맞음. 근데 이곳들이 여러 SNS상에 오르내리는 거 보면 통 미맹은 아닌 듯도 하고...ㅋㅋ 어쨌거나 현지인이 추천하는 밥집들, 정리각!! *팔용동* 새벽식당ㅡ알탕이 시그니처^^ (청과물시장 내) *용호동* 푸주옥ㅡ곰탕, 설렁탕 언양각ㅡ석쇠불고기, 소고기국밥 *명서시장* 명서밀면 *상남동* 상남시장 내 1~3층 식당가 (검색에 뜨는 집은 다 어지간한 맛집) 청년키친ㅡ샐러드, 파스타류 9번 식당ㅡ고등어구이, 찌개류 성산명가ㅡ점심특선 추천, 가족 및 행사 모임 추천 (가격 제법 있음) *중앙동* 못난이집ㅡ두루치기..

하루하루... 2022.07.09

이주은, <그림에 마음을 놓다>

누군가에게, 혹은 나 자신에게 선물이 되었으면, 하는 몇 가지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책이다. 책들 가운데서도 누군가에게 꼭 선물하고픈 책들도 있고, 내 생의 마지막 날, 의식 치르 듯 책장 표지를 한 번 쓰다듬어 보고픈 책도 있다. 그래서 여러 번 이사를 다님에도 책장이 가벼워지지 않는다. 이 미련스러운 미련을 언제쯤에나 떨칠 수 있을지... 이주은의 (앨리스, 2008). 이 책은 누군가에게 선물로 전하고픈 책 가운데 하나다. 처음 출간된 게 2008년이니 그동안 주변인들에게 참 많이 선물했지 싶다. 요새 와서 돌이켜보니 책 선물이 더 이상 선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뒤늦은 깨달음. 그러고보니 언제부터인가 책 선물을 주고 받는 일도 거의 없다시피 돼버렸다. 이 책은 '사랑, 관계, 자아'의 세 영역..

산문 읽기... 2022.07.02

김영하 소설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잠을 설치는 날이 잦다. 딱히 열대야도 아니고 카페인 섭취가 많은 것도 아닌데 언제부터인가 잠을 놓치고 있다. TV가 없는 거실에 멀뚱히 앉아 냥이놈만 괴롭히다가 문득 엉망으로 헝클어져 있는 책장으로 눈길이 갔다. 주섬주섬 버릴 만한 책들을 고르다가, 채 읽지 못한 책들이라 바닥에 쌓아 두기 시작했다. 이 책도 그 가운데 하나다. 2010년도 출간이니 벌써 10여 년이 훌쩍, 넘었다. 그럼에도 어찌 이리 깔끔한지...ㅋㅋ 모두 13개의 에피소드들로 구성된 단편집이다. 어떤 건 한 바닥 짜리도 있다(파본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읽다 보니 어느 에피소드에선 기시감이 들기도 한다. 아마 뒤적뒤적 여기저기를 읽었던가 보다. 이 책에도 김영하 특유의 가벼움과 위트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예전엔 그 위트가..

산문 읽기... 2022.06.30

뻔하고 빤한~, 그럼에도 웅장한...<탑 건-매버릭>

전편이 1986년도. 헉! 40여 년 전 일이다. 앳되디 앳된 톰 형! 그리고 지금...눈가가 많이 처진 모습...내 모습에서 그 세월을 느낀다...ㅠㅠ 영화의 스토리는 그야말로 빤~하다! 파일럿에 진심인 '매버릭'. 젊은 날, 그와 함께 역사를 썼던 인물들은 하나같이 장성이 되고, 고위 관료가 되었음에도 그는 여전히 대령이다. 군에서조차 고집불통인 그를 곱게 볼 리는 만무하다. 하긴 전설같은 인물이 현역으로 있으니 지휘관들 입장에선 얼마나 불편했을까! 그럼에도 그는 라이벌이자 영원한 동지인 '아이스맨'의 후원을 등에 업고, 눈치없이 꿋꿋하게 현역으로서의 일상을 살고 있다.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미션은 핵시설 파괴! 아들, 딸뻘 되는 파일럿들을 선발, 훈련시키는 역할이다. 미 전역에서 내로라 하는 파일럿..

숨은 길 한 조각을 찾아 내다.

짬 날 때마다 자전거를 타고 무작정 도시의 여기저기를 쏘다녀본다. 오늘은 여러 날 미뤄뒀던 서쪽길을 잡았다. 시작점부터 급한 오르막이 있고, 공장들이 즐비해 선뜻 내키지 않던 길이었다. 최대한 이리저리 길을 틀어 비탈을 피해 달리기로 한다. 봉암다리에서 귀산동 길을 잡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무작정 가보기로...막연히 가다보니 찻길곁으로 가려진 묵은 길이 보인다. 잡초가 무성한 걸로 봐서 이리 오가는 걸음들이 뜸한 듯했다. 하긴 보이지도 않는 길이었으니... 자전거를 옮길 만한 작은 곁다리를 건너니,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봉암다리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숨은 길 속엔 그렇게 숨은 풍경도 있음을 알겠다. '적현부두...', 평소 예사로 보아 넘겼던 이정표가 정겹다..

하루하루... 2022.06.22

황순원 님의 시, <옛사랑>

님아, 폭풍우가 지둥치던 그 여름날 밤 세상을 허물려는 빗발, 만물을 휩쓸려는 바람 그리고 피난민의 아우성 소리, 죽음의 비명 아 몸소리나는 그 속에 내 님은 내 손을 꽉 잡고 섰었다 사나이가 왜 그리 무서움이 많으냐고. 님아, 그것은 또 어느 늦은 가을 날 저녁 싸늘한 바람이 얼굴을 핥고 옆산에서 꿩이 울어 발 아래 바삭이는 낙엽이 옛보금자리를 그리워할 때 님은 내 가슴을 안고 힘찬 노래를 불렀었다 사나이의 정열이 한결 더 강해지라고. 그러던 님이 내 앞길을 인도해주던 그 사랑이 지금은 나를 떠났다. 내 마음 속을 떠나가 버렸다. 님아, 아무리 사정이 있었기로 옛사랑을 잊겠는가 아무리 옛사랑이기로 딴 님을 좇겠는가 사랑에 주린 사나이 님 잃은 나는 울고 있다 쩡쩡 얼음 갈라지는 강변에서 밤새도록 옛사랑..

시 읽기... 2022.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