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혹은 나 자신에게 선물이 되었으면, 하는 몇 가지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책이다. 책들 가운데서도 누군가에게 꼭 선물하고픈 책들도 있고, 내 생의 마지막 날, 의식 치르 듯 책장 표지를 한 번 쓰다듬어 보고픈 책도 있다. 그래서 여러 번 이사를 다님에도 책장이 가벼워지지 않는다. 이 미련스러운 미련을 언제쯤에나 떨칠 수 있을지...
이주은의 <그림에 마음을 놓다>(앨리스, 2008). 이 책은 누군가에게 선물로 전하고픈 책 가운데 하나다. 처음 출간된 게 2008년이니 그동안 주변인들에게 참 많이 선물했지 싶다. 요새 와서 돌이켜보니 책 선물이 더 이상 선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뒤늦은 깨달음. 그러고보니 언제부터인가 책 선물을 주고 받는 일도 거의 없다시피 돼버렸다.
이 책은 '사랑, 관계, 자아'의 세 영역으로 나뉘어 각 에피소드들에 어울리는 명화를 소개하고 있다. 작가는 학부에선 언어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서의 몇 년, 그리고 퇴직 후 자신의 삶을 찾아 미술 영역으로 옮겨 간 이력을 지니고 있다. 그림들마다에 글쓴이의 경험들을 묻혀 그 서사들을 통해 그림과 일화들 사이의 심리적 기제들을 연결짓는다. 그림에 문외한이거나, 그림에 관심이 있거나, 심리학을 좀 흥미롭게 이해하고픈 이들이 읽을 만한 책이다. 사레로 든 여러 그림들을 감상해 가다보면 문득, 마음을 끄는 그림이나 작가를 만날 수도 있다. 그땐 머뭇거리지 말고 그 그림들이나 작가들로 관심을 옮겨 갈 일이다. 그리하면 책 한 권으로 여러 영역들을 섭렵해 갈 수 있다. 이런 류의 책들을 의미있게 읽는 방법이다.
'산문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영하 소설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0) | 2022.06.30 |
---|---|
(시론) 도시를 디자인하라. (0) | 2022.03.13 |
가상으로의 도피, '메타버스'(Metaverse) (0) | 2021.09.29 |
'스타벅스 '와 인문학마케팅 (0) | 2021.09.02 |
『페스트』와 『눈 먼 자들의 도시』, 그리고 '코로나' (0) | 2021.0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