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읽기...

김영하 소설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naru4u 2022. 6. 30. 17:25

잠을 설치는 날이 잦다. 딱히 열대야도 아니고 카페인 섭취가 많은 것도 아닌데 언제부터인가 잠을 놓치고 있다.

TV가 없는 거실에 멀뚱히 앉아 냥이놈만 괴롭히다가 문득 엉망으로 헝클어져 있는 책장으로 눈길이 갔다.

주섬주섬 버릴 만한 책들을 고르다가, 채 읽지 못한 책들이라 바닥에 쌓아 두기 시작했다. 이 책도 그 가운데 하나다.

2010년도 출간이니 벌써 10여 년이 훌쩍, 넘었다. 그럼에도 어찌 이리 깔끔한지...ㅋㅋ

모두 13개의 에피소드들로 구성된 단편집이다. 어떤 건 한 바닥 짜리도 있다(파본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읽다 보니 어느 에피소드에선 기시감이 들기도 한다. 아마 뒤적뒤적 여기저기를 읽었던가 보다.

이 책에도 김영하 특유의 가벼움과 위트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예전엔 그 위트가 좋아 김영하를 찾아 읽곤 했는데, 이제 보니 그다지 매력적으로 와닿지는 않는다. 작가의 말을 보면 "청탁 없이 내킬 때 쓴 소설들이 대부분..."인가 보다. 그래서인지 이 책 속의 가벼움과 위트는 얼핏 독자에 대한 성의가 모자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다만, 늦은 밤 놓친 잠을 대신하는 교양있는 행위를 흉내내기엔 그럴 싸하다. '오랜만에 책을 읽었다', '요즘같은 스파트폰 시대에 난 그래도 책 읽는 남자야' 는 식의 자기 위안과 위선적 교양 행위. 딱 그 정도에서 그칠 일이다.

어쨌든 모처럼 책 한 권 읽었다.ㅎ

김영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문학동네,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