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건너가는 꽃잎처럼
*문 태 준
강을 건너가는 꽃잎들을 보았네
옛 거울을 들여다보듯 보았네
휘어져 돌아나가는 모롱이들
울고 울어도 토란잎처럼 젖지 않는 눈썹들
안 잊혀지는 사랑들
어느 강마을에도 닿지 않을 소식들
나 혼자 꽃 진 자리에 남아
시원스레 잊지도 못하고
앓다가 귀를 잃고
강을 건너가는 꽃잎들을 보았네
강을 건너가는 꽃잎 꽃잎들
찬비에 젖은 머루 같은 눈망울들
================================시집, <맨발>(창작과비평, 2004)
나는 지금 강물 하나를 따라 걷는 중이다.
그 강물 위로는 구름이 얹히고, 하늘이 물들고,
가끔 낮게 날아오른 새들이
먼 데서 물어 온 그리움 하나를 빠트리고 가기도 한다.
언제부터 그 강물을 따라 걷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어쩌면 어느 고갯마루를 넘다가 사고처럼 부딪히고 만 강물이었을지도...
그래서 또 어느 산모롱이를 돌아 들면
거짓말같이 먼 데로 물줄기를 돌리고 말.......
그럼에도 그 강물에 나란히 발자국을 내며 따라 걷는다.
가까이, 조금 가까이 그 강으로 난 오솔길을 걸어 내리면
찰방, 찰방, 강물에 담긴 내 그림자 한쪽도 볼 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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