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안도현님의 시, <그대에게 가고 싶다>...

naru4u 2014. 7. 23. 17:40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안도현

 

 

그대에게 가고 싶다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으로 하나로 무잔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서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스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사람이 살면서 가장 어리석고 막막한 일은 어디로 향해야 할 지 모른 채, 시간과 일에 떠밀려 가는 일일 것이다. 그렇게 떠밀려 가는 생의 끝자락에서 쇠약한 몸과 마음이 남았을 때, 그때 돌아보는 자리는 얼마나 허망할 것인가.

하나의 일이 끝나면 다시 생의 방향을 가늠할 새로운 일을 찾는 것이나, 길지 않은 생의 한 길에서 나란히 걸어주는 동반자를 찾는 것은 사람이 홀로, 우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행복'이라는 말은 '동행'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쓰고 읽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