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이성복님의 시, <그대 가까이2>...

naru4u 2014. 8. 3. 16:57

그대 가까이 2

                                   -이성복

 

자꾸만 발꿈치를 들어보아도
당신은 보이지 않습니다
때로 기다림이 길어지면
원망하는 생각이 들어요
까마득한 하늘에 새털구름이
떠가고 무슨 노래를 불러
당신의 귓가에 닿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만나지 않았으니
헤어질 리 없고 헤어지지
않았어도 손 잡을 수 없으니
이렇게 기다림이 깊어지면
원망하는 생각이 늘어납니다

==========================시집, [그 여름의 끝](문학과지성사, 1990)

"만나지 않았으니" 누구를 원망하고, 또 어떤 그리움을 가질 것인가.

그저 "까마득한 하늘에 새털구름이 떠가"는 일처럼, 하루를 사는 일은 그리 무심한 것일 따름.

"방법을 가진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언젠가 시인이 어느 자리에서 툭, 내뱉은 이 짧은 말 한 마디에 '사랑'이 어떠해야 하는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명쾌히 깨우치는 듯한 느낌을 가졌었는데...

사랑하는 일은 다시 '미궁'이다. 사람도 일도...어떤 모습으로 나를 사랑하고, 일을 사랑하고, 또 주변을 사랑해야 하는지...둘러보는 모든 자리가 어둑한 장마구름 속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