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물고기>(권지예)... # 비린 바람 한 자락에 맘을 긁히다... -권지예 소설, <4월의 물고기>(자음과모음, 2010)를 읽다. <4월의 물고기> (자음과모음, 2010) 장마철의 비린 바람 한 자락에도 왈칵, 반가움이 이는 여름. 후두둑, 쏟아진 소나기는 밤새 치렁치렁한 안개다발을 골짝 사이에 풀어 놓았다. 새벽녘, 그 습습한 안.. 시 읽기... 2010.07.06
<빈자리>...나희덕 <빈자리> *나 희 덕 찰칵, 슬라이드가 돌아간다 가야고분의 내부는 석실과 부장품을 넣는 곳으로 나뉘어 있다 큰 항아리에 곡식을 가득 담고 크고 작은 토기들을 몇단씩 쌓아놓았는데 부장품 옆에는 빈자리가 있다 꼭 한 사람이 누울 만큼의 빈자리 오로지 죽음을 위해 죽어야 했던, 저승길까지 따.. 시 읽기... 2010.06.23
<기차>(안도현) <기차> *안 도 현* 삼례역에서 기차가 운다, 뿡뿡, 하고 운다, 우는 것은 기차인데 울음을 멀리까지 번지게 하는 것은 철길이다, 늙은 철길이다 저 늙은것의 등뼈를 타고 사과궤짝과 포탄을 실어나른 적 있다 허나, 벌겋게 달아오른 기관실을 남쪽 바닷물에 처박고 식혀보지 못했다 곡.. 시 읽기... 2010.05.18
<빗방울에 대하여>...나희덕 <빗방울에 대하여> *나희덕* 1 빗방울이 구름의 죽음이라는 걸 인디언 마을에 와서 알았다 빗방울이 풀줄기를 타고 땅에 스며들어 죽은 영혼을 어루만지는 소리를 듣고 난 뒤에야 2 인디언의 무덤은 동물이나 새의 형상으로 지어졌다 빗방울이 멀리서도 길을 찾아올 수 있도록 3 새 형상의 무덤은 .. 시 읽기... 2010.04.26
<백석(白石) 생각>(안도현) <백석(白石) 생각> *안 도 현 통영 바다는 두런두런 섬들을 모아 하숙을 치고 있었다 밥 주러 하루에 두 번도 가고 세 번도 가는 통통배 볼이 오목한 별, 눈 푹 꺼진 별들이 글썽이다 샛눈 뜨는 저녁 충렬사 돌층계에 주저앉아 여자 생각하던 평안도 출신이 있었다 ===================================안도현 .. 시 읽기... 2010.03.26
<공양>(안도현) <공양> * 안 도 현 싸리꽃을 애무하는 산(山)벌의 날갯짓소리 일곱 근 몰래 숨어 퍼뜨리는 칡꽃 향기 육십평 꽃잎 열기 이틀 전 백도라지 줄기의 슬픈 미동(微動) 두치 반 외딴집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소낙비의 오랏줄 칠만구천 발 한 차례 숨죽였다가 다시 우는 매미울음 서른 되 ========================.. 시 읽기... 2010.03.15
'님이여, 그 강을 건너지 마오'...아, 님이여...<공무도하>(김훈) # 님이여, 아~ 님이여, 그 강을...제발... <빗살무늬토기의 추억>, <현의 노래>, <칼의 노래>, <남한산성>...김훈의 소설 제목들을 늘어놓고 보면, 마치 박물관의 관람 화살표시를 따라 걷는 듯한 느낌이다. 고대관에서 중세관으로 옮아가는 동선(動線).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은.. 시 읽기... 2010.03.15
손가락 끝마디 그 까슬함 같은 그리움... #손가락 끝마디 그 까슬함 같은 그리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엄마'……. 중년이 되어서도 좀체 온전히 펴지지 않는 단어이다. 혀끝에, 목구멍에, 머금는 자리마다 시큰거리는 이름……. 그런 엄마를 잃어버린 데서 소설은 시작된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예사롭지 않.. 시 읽기... 2009.10.21
<어머니1>(반칠환) <어머니1> *반칠환 즌데만 디뎌온 것은 아니었으리라. 더러는 마른 땅을 밟아 보기도 했으리라. 시린 눈발에 얼기만 한 것은 아니었으리라. 더러는 따스한 아랫목에 지져보기도 했으리라. 구멍 난 흙양말을 신기만 한 것은 아니었으리라. 더러는 보드라운 버선코를 오똑 세워보기도 했으리라. 종종.. 시 읽기... 2009.09.10
남해 물결 위에 띄운 편지... <남해 물결 위에 띄운 편지> -서포 김만중을 생각하며 천 리 물길 끝나는 곳에 뱃길은 다시 시오 리. 300여 년 전 당신이 걸어 내린 길입니다. 囚人(수인)의 몸으로 수레에 실려 온 천릿길에 다시 더해진 뱃길 시오 리는, 일찍이 임진난에 충무공이 왜구들을 귀신밥으로 삼아냈던 길입니다. 어쩌면 당.. 시 읽기... 2009.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