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공양>(안도현)

naru4u 2010. 3. 15. 11:42

 

<공양>

 

                                                        * 안 도 현

 

 

싸리꽃을 애무하는 산(山)벌의 날갯짓소리 일곱 근

 

몰래 숨어 퍼뜨리는 칡꽃 향기 육십평

 

꽃잎 열기 이틀 전 백도라지 줄기의 슬픈 미동(微動) 두치 반

 

외딴집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소낙비의 오랏줄 칠만구천 발

 

한 차례 숨죽였다가 다시 우는 매미울음 서른 되

 

=====================================안도현, [간절하게 참 철없이](창비, 2008)

 

봄이다.

 

가만히 눈 감고, 귀 기울이면, 세상은 이런 풍요로 봄을 맺는다. 그럼에도 마음은 욕심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법정 스님의 입적 소식과 그 분 가시는 마지막 길의 소박함을 접하고, 못내 지우지 못하는 욕심이 부끄러워지는...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