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1>
*반칠환
즌데만 디뎌온 것은 아니었으리라. 더러는 마른 땅을 밟아 보기도 했으리라. 시린 눈발에 얼기만 한 것은 아니었으리라. 더러는 따스한 아랫목에 지져보기도 했으리라. 구멍 난 흙양말을 신기만 한 것은 아니었으리라. 더러는 보드라운 버선코를 오똑 세워보기도 했으리라. 종종걸음만 친 것은 아니었으리라. 더러는 덩실 어깨춤을 실어보기도 했으리라.
열무김치에 물 말아 자신 밥상 너머 물 날은 몸빼 밑으로, 아니 혼곤한 낮잠 사이로 비어져 나온, 뒷꿈치가 풀뿌리처럼 갈라진.
=========================================반칠환님의 시집, <누나야>(시와시학사, 2003)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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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이 따가워 살짝 낯을 찌푸리다 불쑥, '엄마'를 생각했다.
어느 해 가을, 들일 마치고 돌아오셔서도 머릿수건을 풀지 않으신 채,
멍~하니 문간에 기대 앉아 몰래 한줄금 눈물을 훔치시던 그 날......
문득,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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