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의 마지막 연인>
-김태동
슬픔이 다하는 날 나는 길모퉁이에서 내 영혼의 마지막 연인을 떠나보내며
아름답게 죽어가리라 그런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다고 담벼락
굵은 글씨로 써내려가리라 빗물이 하염없이 내 마지막 숨결의 영상을 흘러갈지라도
나 그 빗물 되어 사랑했었다고 소리치리라 떠나면 돌아오지 않을 사람도
오랜 침묵 뒤 저 금빛 저무는 산 한 그루 나무가 되리니
누구보다 먼저 아름다운 시절 사랑했었다고 목이 메는 갈매기도 세월은 늘
물결 부서지는 암초더미에 걸려 가족을 잃고 사랑을 잃고
푸르게 푸르게 울고 있듯이
슬픔이 다하는 날 나 돌아보지 않으며
나,
이 아름다운 시절 사랑하며 이곳을 떠난다고 길모퉁이
지워지는 내 영혼의 마지막 연인이여
연인이여 빗물이 하염없이 내 마지막 숨결의 영상을 흘러간다
이런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다고 이런 아름다운 시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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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건, 여러모로 고통스러운 일이다.
마음이 늙지 않는다는 것은 몸의 노쇠함이 가져다 주는 고통보다 더 큰 일이다.
그리하여, 노쇠한 몸에 늙지 않는 마음을 매단 채 덜렁거리며 사는 일을 우리는 '주책'이라 부른다.
나이가 들면 '주책을 부리지 말아야지...', 살얼음판을 걷 듯, 하루하루 맘 졸이며 살아야 하는 날들..이런 생 앞으로 아무 거리낌없이 뒤꿈치부터 쿵쾅대며 걷는 청춘들이 있다. 그들의 그 싱그러운 걸음걸이가, 그 요란한 발자국 소리들이 온통 부러워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눈길이 다소곳해져야 하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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