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산다는 것>
*장 석 주*
혼자 산다는 것이
패륜일 수는 없다
나는 산악과 같이 튼튼한 사내가 되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으니
세상에 등재된 무수한 길 중의 하나였더라도
진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마른 눈물의 흔적을 가슴에 품고 사는 게
생활의 한 방편일 수 있을까
생각이 많은 검정 개 한 마리와
종일 바람이 밀려 가는 물이나 보면서
나는 물가를 서성였다
때로는 집나간 애들 부르듯
쉰 목소리로
호오이 호이 새들을 부르기도 했다
물 속 버드나무 사이 어슴푸레한 빛 속으로
가창물오리 몇 점이
떠올랐다
==========================장석주 시집, [물은 천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그림같은 세상, 2002)
'혼자 산다는 것'...그건 어떤 느낌일까? 자꾸 작아지는 느낌은 아닐까? 그래서 시인이 말하는 대로 "무수한 길 중의 하나" 위에 쓸쓸히 서서 '열패감'으로 속을 쥐어뜯는 것은 아닐까? 누구의 말처럼 혼자 산다는 것이 '멋스러울' 수 있을까?
벌써부터 "산악같이 튼튼해지는 일"과, "마른 눈물의 흔적을 가슴에 품고 사는" 일과, "종일 바람이 밀며 가는 물이나 보면서 물가를 서성"이는 일로 시간을 보내기엔 나는 너무 젊지 않은가?
오늘 밤엔 내 꿈 안에서 푸드덕거리며 날아오르는 가창물오리 몇 점을 보고 싶다. 그 싱싱한 날개짓 소리를 듣고 싶다. 그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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