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는 늘 마음 한구석에 좀체 녹지 않는 고드름 한 조각같은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봄, 여름, 가을의 풍경보다 겨울의 강원도가 그만큼 인상적이었던 까닭이다. 발목이 푹푹 빠지던 동해의 어느 골목길. 시멘트 담벼락 사이로 흑백사진처럼, 가늘게 이어지던 골목길 풍경. 불빛 하나 없는 태백산 산줄기를 하염없이 덜컹거리며 달리던 비둘기호의 퀘퀘한 냄새, 먼지 풀풀 날리는 비포장 산도로를 빨간 완행버스로 하염없이 올랐던 그때, 차창으로 흐르던 겨울 눈더미 속의 탄광빛 개울들...멀미가 잦던 스물 한 살 때의 강원도 기억들이다. 2년 여의 학과 조교 생활을 마치고 불쑥, 그 기억을 따라 올랐던 또 한 번의 강원도. 캄캄한 어둠 속에 수십 개의 주황빛 실내등을 띠처럼 두르고 달리던 무궁화호. 오가는 차편도 드물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