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붉은 황톳물에 대한 기억...

naru4u 2011. 6. 25. 16:23

비가 잦은 날이다.

 

장마 때만 되면, 강물이 넘쳐 시뻘건 황톳물이 대문을 밀고 들던 여름을 생각한다.

비는 좀체 긋지 않았고,

벌건 물아가리가 현관 계단을 하나하나 집어삼키며 기어이 마루로 기어들면,

온 식구가 부랴부랴 세간살이를 창문으로 들어날라야 했던 물난리.

동네 아이들과 주먹다짐 해가며 거두었던 딱지며, 구슬들이 허망하게 사라지던

어느 해 여름이었다.

부산에서 이사올 때, 머리 양갈래로 땋은 여자애가 수줍게 건네주었던 편지와

친구들이 저마다 작별 인사로 건넸던 여러 선물들, 그래서 궁벽한 시골 아이들의

선망이 되기도 했던 그 귀한 것들도 그 해 여름 장마에 잠겨 사라졌다.

 

비가 긋고 나서도, 이틀이나 사흘씩 마당을 어슬렁거리며

좀체 몸을 빼지 않던 황톳물

집안의 세간들이 모두 물에 퉁퉁 불고,

아버지 엄마의 발등도 그렇게 퉁퉁 불어 있던

그 해 여름의 사나흘...

 

비가 잦은 날이다.

4대강 사업의 일환인 '함안보'가 괴물처럼 떡, 버티고 선

그 시골 강변마을이 오늘은 문득, 그리워진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