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잦은 날이다.
장마 때만 되면, 강물이 넘쳐 시뻘건 황톳물이 대문을 밀고 들던 여름을 생각한다.
비는 좀체 긋지 않았고,
벌건 물아가리가 현관 계단을 하나하나 집어삼키며 기어이 마루로 기어들면,
온 식구가 부랴부랴 세간살이를 창문으로 들어날라야 했던 물난리.
동네 아이들과 주먹다짐 해가며 거두었던 딱지며, 구슬들이 허망하게 사라지던
어느 해 여름이었다.
부산에서 이사올 때, 머리 양갈래로 땋은 여자애가 수줍게 건네주었던 편지와
친구들이 저마다 작별 인사로 건넸던 여러 선물들, 그래서 궁벽한 시골 아이들의
선망이 되기도 했던 그 귀한 것들도 그 해 여름 장마에 잠겨 사라졌다.
비가 긋고 나서도, 이틀이나 사흘씩 마당을 어슬렁거리며
좀체 몸을 빼지 않던 황톳물
집안의 세간들이 모두 물에 퉁퉁 불고,
아버지 엄마의 발등도 그렇게 퉁퉁 불어 있던
그 해 여름의 사나흘...
비가 잦은 날이다.
4대강 사업의 일환인 '함안보'가 괴물처럼 떡, 버티고 선
그 시골 강변마을이 오늘은 문득, 그리워진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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