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일3>
-이기영
오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
발이 저리도록 기다려 본 사람은 안다
한 발짝만 내디뎌도 낭떠러지라는 걸
누구나 다 아는데
나만 모르는 그 지독한 사랑이라는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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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꽃 지천으로 핀 그 땅에 사랑이라는 짐승이 살고 있다 / 눈에 보이기도 하고 혹 보이지 않기도 한 그 짐승은 눈을 치뜨는 법이 없고 내리뜨기만 한다 그 짐승한테 한 번 물리면 속으로 피멍이 드는 골병으로 평생 골골거리게 된다.” 한승원의 시, <사랑(愛)이라는 짐승-‘산해경2’>의 일부이다. ‘사랑’은 그런 것인가보다. “한 번 물리면 평생 골골거리게” 되거나, 아득한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마는 일. 그럼에도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에 까치발을 세우고 “발이 저리도록” 그 낭떠러지 끝에서 발이 저리도록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에 골몰한다. 마음이 움직여 행하는 일에는 몸이 고됨을 생각지 않는 까닭이다. 사는 일이 모두,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처럼만 된다면 좋겠다. 그러면 그 어떤 고됨도 기꺼이 감내할 수 있으리라. 저 웅숭깊은 마음으로부터 늘 사랑이 그리운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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