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탁동시 -정 미 숙
햇볕 와서 어르고 비바람 호통 치고 태어나려 긁던 손톱 피멍 든 채 문 열었다. |
병아리가 알을 깨기 위해 알 속에서 껍질을 쪼는 것을 ‘줄(啐)’이라 하고, 그 쪼는 소리를 듣고 어미가 밖에서 맞쪼아주는 것을 ‘탁(啄 )’이라 한다. 이 안팎의 행위가 동시에 이루어져야만 오래 막혔던 숨통 하나가 우주 속에 뱉어 진다.
이 줄탁동시의 숭고함이 어찌 알에서 나는 목숨들뿐이겠는가. 우리도 이 지상에 숨통 하나 틔우기 위해 저마다의 어미 뱃속에서 무수히 ‘줄’하지 않았겠는가. 그리고 그 어미들은 그 통증에 기꺼이 ‘탁’하며 우리의 발길질을 온몸으로 다 받지 않았겠는가. 그렇게 숭고한 목숨들 앞에 그저 미안하고 부끄럽기만 한...봄이다.
'디카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벽이슬> (0) | 2016.09.29 |
---|---|
조영래, <구름길> (0) | 2016.04.15 |
황영자, <하늘잎> (0) | 2016.04.13 |
박지웅, <그리고 창은...> (0) | 2015.07.28 |
황영자, <사랑하느냐, 이별을 준비하라> (0) | 2015.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