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때부터 나는 늘 해방을 꿈꿨다. 아버지로부터, 학교로부터, 그리고 나자신으로부터... 결국 '열 여섯'의 겨울에 나는 그 모든 것들로부터의 해방을 감행했다. 울타리 밖은 추웠고, 늘 함께라 여겼던 친구들은 막상 혼자가 된 나에게서 저만치 떨어져 나갔다. 정작 해방을 감행했음에도 울타리 밖 어디든, 열 여섯 짜리가 살아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결국, 완행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외할머니 집을 찾아가 치기 어린 반항을 흉내낼 따름이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외손주 놈을 내치지 못하신 외할머니는 새벽같이 일어나셔서 손주놈 밥을 해먹여야 하는 때늦은 고역을 치르셨다. 외할머니의 그 노역을 가늠하지 못한 채, 새벽이면 비릿하게 번져나는 연밭길을 돌아, 난 새벽 완행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꼬박꼬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