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 떠돌기...

모처럼 인사동을 걷다...<쌈짓길>

naru4u 2008. 4. 10. 19:26

 

 

모처럼의 서울길이다. 갑작스레 생긴 일정이라 여정을 촘촘히 짜 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묵혀둔 기억들 가운데 제일 선명한 컷만 몇 장 맘에 새겼다. 바삐 발품을 팔아 밤기차 시간 때까지 최대한의 시간을 벌었다. 그리곤 곧장 달려간 곳이 인사동이었다. 그런데...낯설다. 제일 선명한 기억들이라 여긴 것들이 낯설어져 버렸을 때의 그 낭패! 어느 새 내 생에 얹힌 숫자들을 떠올린다. '세월'이라는 게 새삼 허망하고 두렵다.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하다. 그 골목길...곳곳에 벌여두었던 추억들이 빛을 바랜 채 야금야금 가슴을 깨문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가는 곳곳마다 사진이라도 열심히 남겨뒀을 일이었다. 다시금 기억 속의 일들이 저 만치 밀려나 마치 남의 것인 양 낯설어져 버린다. 밀려나는 기억들 속에 덩그러니 '쌈지길'이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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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지길>

2000년 고깃집으로 유명했던 영빈가든에 불이 났다. '쌈지'는 그 일대 450여 평을 평당 4천만원, 그러니까 약 200억원에 사들인다. 그런데 서울시가 마련한 '도시설계지구 단위계획'이라는 것이 발목을 잡았다. 난개발을 막기 위한 서울시 나름의 도시개발 정책이었다. 한 마디로 규제 그 자체였던 셈이다. 특히 가장 한국적인 거리로 꼽혔던 '인사동'이야말로 그 특별법의 보호 아래 보존되어야 할 터였다.

 

*도로면에서 5미터까지는 단층으로 하고 12가게를 재현할 것

* 전면도로에 면한 60여평은 인사동 길에 헌납할 것

* 1층에 음식점을 두지 말 것

* 대지면적의 10% 이상 안마당을 만들 것

* 지상면적의 3백평 이상은 상가로 할 것

 

설계를 맡은 이는 최문규(현, 연대세 건축과 교수)는 거의 포기 상태였으나, 설계사무소 직원들의 격려에 다시 일손을 추스렸다. 그리고 꾸역꾸역 '사각의 길'을 허공으로 밀어올렸다. 계단도 없는 사각의 길을 밀어올렸다. 나선의 '쌈지길'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 도움글,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이용재, 멘토,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