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창대교...
참 잘 빠진 다리다. 특히나 한밤, 다리 아래서 올려다보는 태는,
그동안 볼거리가 변변찮았던 우리 지역에, 단연 명물이 될 만한 품을 충분히 갖추었다.
2004년 처음 일을 벌인 뒤로 4년여, 모두 짓는 데 50여 개월이 걸렸다.
2008년 7월, 보름 여의 무료 통행 기간에는 마산, 창원, 진해 시민의 거의가 다녀갔다 할 만큼 북적댔던 다리다.
그러나 홍보 기간이 끝난 다음, 통행료 징수가 시작된 요즈음...
이 지역의 상징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관의 홍보가 무색해지고 있다.
승용차 기준 1회 통행료 2,400원!
기껏 1.7Km 남짓한 다리를 건너는 데 드는 비용치곤 꽤 쎄다.
광안리에서 해운대까지의 해안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광안대교(총길이 약 7.4km)의 경우,
1회 통행료가 1,000인 것을 감안한다면 마창대교의 통행료는 분명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마산시와 창원시의 잘못된 판단이 결국 시민의 세금을 축낸 꼴이다.
마창대교만 개통되면 봉암로(마산에서 창원까지의 해안도로)의 고질적인 교통 체증이 해결될 것이며,
통영, 거제쪽으로 이동하는 차량의 대부분을 소화함으로써
다리 건설에 들어간 경제적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마-창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시의 속셈은 딴 데 있었음이 분명하다.
'삼천포-사천대교'처럼 4계절마다 달리 빛을 뿜는 화려한 조명을 이용해
바다 위에 쓸 만한 '볼거리' 하나를 지어 올림으로써, 관의 책임자나 시의 관계자들이
마치 시민을 위해 뭔가 대단한 일을 했다는 선전을 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또한 그것의 선전을 통해 '삼천포-사천대교'처럼 우리 지역의 관광 상품으로 삼아볼 만하다 여겼으리라.
이 또한 시 관계자들이 얼마나 단편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가를 분명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천포-사천대교'가 관광상품으로서 가치를 지닐 수 있었던 것은, 그 다리 자체의 매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섬과 섬을 잇게 함으로써 오랜 세월 섬 지역 주민들의 숙원을 풀었다는 점,
남해안 일대로 향하는 관광객들이 거쳐갈 수밖에 없는 중간 기점이라는 것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다.
그에 비하면 마창대교는 다리 자체와 연계할 만한 주변 여건이 변변찮다.
섬과 섬을 연결해서 지역주민들에게 혜택을 준 것도 아니고,
통영, 거제로 향하기 위해 꼭 거쳐야 할 통로도 아니다.
그렇다고 시내를 거쳐 지나는 도로가 항상 붐비는 것도 아니다.
다리의 애초 목적이 도대체 어디에 맞춰져 있었던가, 모호하기 짝이 없다.
어떤 목적과 어떤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건설이었는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가져다 줄 경제적 가치를 그저 막연한 환상으로 부풀리고 만 것이 아니었는가!
지난 한가위 연휴 때,
통영-거제 방면으로 향하는 차들이 시외곽에서부터 수킬로미터씩 늘어서 꼼짝도 않던 장면을 목격했다.
반면에 그 도로 곁길로 이어진 마창대교쪽 도로는 텅, 비어 한가위 전날인데도 오가는 차 하나 없이 휑뎅그레했다.
마치 유령의 도시로 향하는 다리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창대교 개통 이후, 그 공사비에 들어간 민간 투자액을 충당해 주다보니,
벌써부터 매달 수백, 수천 만원씩의 적자가 발생한다고 한다.
더 충격적인 것인 이러한 거금의 충당액을 앞으로 50년 동안 시민들의 세금으로 감당해야 한다니 가히 멍~해지는 상황이다.
제발, 제~발,
이 나라 백성의 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자들이 좀더 부지런을 떨고, 지혜로운 생각을 모아
티 나지 않아도 꼭 필요한 그런 일들을 좀 챙겨주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멋진 몸매로 바닷바람을 외롭게 맞고 서 있는 마창대교가 새삼 안쓰럽다.
찾는 이 뜸한 바다 위에서 짠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폼이
꼭, 짙은 화장으로 지나는 객을 유혹하는 한밤의 창녀같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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