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잠시 농담처럼 왔다 가버리는’ 일만큼 비의적인 것이 또 있을까. 더욱이 ‘오랜 시간 심장에 불을 품’어 온 사랑임에랴. 함안의 먼 옛날로부터 전하는 아라가야의 사랑들은 일수정, 이수정, 삼수정을 거쳐 무진정에 이르렀을 것이나 다 사라지고 이수정의 낙화놀이 흔적과 무진정의 옛 아름드리 배롱나무들 뿐이다. 불꽃잎이 뚝뚝 떨어지던 그 옛날의 연못가에 앉아 그대들의 안녕을 기원하던 낙화놀이 유래를 더듬어 가보는 일은 또 하나의 아련함을 새기는 일이다. 유구한 세월에 비해 사랑은 원래 그렇게 농담 같은 것임을. 그렇기에 사랑이 아름다운 것임을.
-최광임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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