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읽기...

소설,알렉산드리아ㅡ이병주

naru4u 2020. 9. 5. 19:36


한국의 발자크를 자처하던 작가 이병주는 박정희, 황용주와 더불어 삼총사라 불릴 만큼 돈독한 술친구들이었다.
이후, 스스로 공산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공'을 극단적으로 밀어부친 박정희는 그 돈독했던 술친구들을 '반공법 위반'의 죄목으로 칼을 씌웠다.
5.16의 모사책으로 알려진 황용주와 박정희는 대구사범 동기간이었다. 부산일보 편집국장이었던 황용주의 주선으로 당시 국제신문 주간이었던 이병주와 셋은 절친한 술친구가 되었다.

황용주가 5.16의 핵심 모사책(정수장학회 강탈 책임자)으로 알려져 있음에도 박정희는 그와 이병주를 반공의 칼날 앞으로 내몰았다. 황용주는 금세 풀려났으나 이병주는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평생을 박정희에 대한 원망을 풀지 않았다는 이병주는 그 원한을 그의 데뷔작, <소설, 알렉산드리아>에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때로는 서술자 '나'로, 때로는 감옥에 갇힌 '나의 형'으로, 또 때로는 게르니카 출신의 여성 '사라'로, 또 독일인을 증오하는 독일인 '한스' 등의 목소리와 생각 속에는 독재에 대한 증오와, 그 숱한 시련 속에서 분열되는 교양인으로서의 자신, 즉 이병주가 보인다.

본문 중에 문득 '교양인의 자기분열'이 눈에 들었다. 교양인이든 누구든 결국 분열이란 살아남기 위한 본능적 의식활동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

그의 문체는 다소 산만하고, 너무 잡스런 지식들까지를 굴비 엮 듯 엮어놓고 있어 진득하니 책장을 넘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수십 년 전, 문체인지라 요즘의 독법으로는 걸리는 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절친으로부터 당한 배신감을 먼저 이해하고 읽는다면 왜 그가 굳이 제목에서부터 '소설'을 강조해가면서까지 이 책을 썼을까, 하는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