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읽기...

김연수 소설, <굳빠이 이상>(문학동네)

naru4u 2019. 4. 1. 20:47




김연수, <굳빠이 이상>, 문학동네


김연수의 소설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녔다.
<세상의 끝 여자 친구>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등이 지극히 개인 내면의 결들을 따라 가는 것이라면, <원더보이>는 사회사적인 단면에 초현실적 상상력을 이어붙인 작품이다. <꾿빠이이상>은 초현실적 작가였던 '이상'을 현실에 세계로 소환해 허구와 사실을 교묘하게 섞어 놓은 작품이다. 그래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읽는 내내 그 경계에서 발을 헛디디기 일쑤다. 그렇게 쑥, 쑥, 헛발을 디뎌가며 읽는 재미가 이 소설을 끝까지 붙들게 되는 힘이다.


이상의 죽음 직후, 그의 '데드마스크'를 떴다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장횡하면서도 치밀한 서사는 곳곳에 실존인물들을 등장시켜 이야기에 혼돈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이상이 연모했던 소설가 최정희(김동환의 아내)의 실제 글들 중에 '데드마스크'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 소설의 허구적상상력을 가려내는 일은 더욱 모호해진다.


첫 몇 장은 비평문이나 소논문을 읽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마른 문징이어서 눈이 마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중도에 책장을 덮지 않는다면 분명 끝까지 읽는 재미는 다른 여느 소설 못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