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내 생에 축구......

naru4u 2010. 6. 23. 01:30

스무 살 남짓 때부터 유일하게 미쳐 뛰었던 운동이 '축구'였다. 생각이 많고, 맘이 갈피를 못 잡던 그 때, 오로지 둥근 공 하나만 보고 뛰면 행복했다. 좀체 발에 감겨 들지 않는 그 둥근 공은 마치 애를 태우는 애인과 같아서, 내 의지와는 다른 곳으로 비껴 구르던  날이 많았다. 그래서 그 공만 좇아 운동장을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그 시간들은 애가 타면서도, 행복했다.

 

그토록 좋아하던 축구를 몇 달 동안 하지 못했다. 빠듯한 수업에 쫓겨 몸을 부지런히 놀리지 못한 탓이다. 그러다 두어 달 만에 나간 운동장에서 어이없게도 공에 손을 맞아 손목이 꺾여 버렸다. 인대손상...반깁스를 한 채, 봄의 끝을 방바닥에서 뒹굴었다. 그리고 다시 한 달, 반깁스를 한 손으로 다시 운동장에 나갔다. 의사가 진단한 한 달이 지나도록 손목은 회복되지 않았지만, 근질거리는 발목을 감당치 못해 다시 운동장으로 나섰다.

그러다......

혼자 돌아서는 동작에서 우지끈, 발목이 내려앉았다. 어이없게도......운동장에 주저앉아 반깁스를 한 손으로 부러진 발목을 부여잡았다. 불과 석 달 사이, 손목이 꺾이고 발목이 부러진다. 운이 없다고 말하기엔 너무 어이없는 육신......

그러고보니 '중년'이다. 그럼에도 난 여전히 20대의 한 때를 살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살았던가보다. 내 육신이 그렇게 허물어지고 나서야 내 어깨에 얹힌 세월을 실감했다.

 

수술을 받았고, 2주 간의 입원...그리고 4주 동안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한다. 목발을 짚는 손목은 매일 밤 욱신거린다. 한쪽 다리에 실린 몸무게 때문인지 무릎은 쩔꺽이며 접히는 무릎은 어딘지도 모를 곳에서부터 통증이 우러난다.

중년이라는 것. 중년이 된다는 것은 이렇게 느끼는 건가보다. 마음으로 거부해도 어쩔 수 없이 몸으로부터 우러나는 통증들......

 

몸으로 느껴서야 깨달은 중년과, 다시 공을 찰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이 여름 날 장맛구름처럼 우울하게 밀려온다. 이 더께 앉은 우울을 떨치기 위해 이제 다시 몸부림을 쳐야 한다. 내 젊은 날을 버티게 한 '축구'가 내 중년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제 무엇으로 이 중년을 일으켜 세워야 하나.

 

막막한 시간이 흐르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