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흉가에
*문태준
돌무지 길조차 따라가지 못한 내 마음이 흉가에,
바퀴소리를 다시 듣는다는 것 얼마나 어려운가.
한때 굴러다니던 저 자전거, 흙 덮어쓴 농구 곁에 멈춰 있다
옛 애인은 가고 없어 능구렁이처럼 나 홀로 흉가에 들어앉는 것.
바람이 안장에 앉아 무료하게 바퀴를 돌리고 있다
녹슨 살대에 기름칠을 하는 것 얼마나 어리석은가
탱탱하게 공기를 채워넣어 기다린다는 것 얼마나 버려진 일인가
문득...봄이다.
해마다 봄이면 오랜 기억 속 정물 하나를 생각한다.
가까이 강이 흐르던 동네 어느 흙담벼락에서 겨우내 붉은 살을 떨구며 기대섰던
자전거 하나...금세라도 폭삭 주저앉을 듯하던 그 무겁던 침묵을 자전거는 용케
버티고 있었다.
가끔 눈이 내렸고, 덕택에 자전거의 붉은 맨살이 한동안 가리워지기도 했지만,
반나절이면 녹아버리던 얕은 눈더미에선 금세 자전거의 붉은 녹물이 혈흔처럼
배어나오곤 했다.
그때...나는 어쩌자고 그 자전거가 탐이 났던 것일까?
기계치에 가까운 내 능력으로는 그 자전거가 기억하는 추억들을 도무지 회복시킬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집 가까이서 며칠을 보낼 때마다 불쑥불쑥 그 자전거에 대한 욕망을 주체할 수 없었다.
봄이 왔고,
꽃이 만발한 거리를 지나다 문득,
그 자전거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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