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이었습니다.
새벽 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전화벨이 울립니다.
그 늦은 시간에 이름도 없이 번호만 뜨길래 잠깐 망설이다 폴더를 열었지요.
저 만치 아득한 목소리...조금은 술에 취한 듯, 또 조금은 추억에 잠긴 듯...
"누구...?"
"나야, 나!...그새 목소리도 잊었냐?..."
"누구...셔요?"
"나라니까...흐흐흐...잘 사니?"
순간, 아~! 십수 년 저쪽에서 얼굴 하나가 휙- 날아옵니다.
나보다 한 해 선배였던, 그러나 나이는 동갑이었던...한때 잠깐 동거(? 어째 뉘앙스가...헐~)도 했었던...
감수성이 과하여 후배들로부터 살짝, 왕따를 당하기도 하던 선배. 그러나 시를 너무도 잘 쓴 탓에 나한테만은
우상이었던 선배였지요.
며칠 전, 제가 서울 다녀간 소식을 들었던가봅니다.
연락이라도 하지...하면서 아쉬운 척 해주는 그 마음이 새삼 고마웠지요.
지금은 어느 조그만 광고회사에서 일한다는 선배는 진작 시를 포기했다며
"돈이 안 되잖아"라는 이유를 덧붙입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이름만 들먹여도 알 만한 후배 시인들이랑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 후배 시인 둘도 대학 시절 그 선배를 동경했던 터였는데...
늦은 시간,
돈 안 되는 생을 살고 있는 시인들과 그 시인들이 동경한 카피라이터가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문득, 술값을 그 선배가 계산했는지...술이 너무 취해 돈 안되는 시인 후배들이 덤터기를 쓰지나 않았는지...
시인도 못 되고, 시인들과 술도 마시지 못하는 나는 먼 데서 그저 자본주의적 계산만 했던 밤이 있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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