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우산을 쓰다>...(심재휘)

naru4u 2008. 7. 25. 16:06

우산을 쓰다 

                                                                      -심 재 휘 

 

어제는 꽃잎이 지고 

오늘은 비가 온다고 쓴다 

현관에 쌓인 꽃잎들의 오랜 가뭄처럼 

바싹 마른 나의 안부에서도 

이제는 빗방울 냄새가 나느냐고 

추신한다 

 

좁고 긴 대롱을 따라 

서둘러 우산을 펴는 일이 

우체국 찾아가는 길만큼 낯설 것인데 

오래 구겨진 우산은 쉽게 젖지 못하고 

마른 날들은 쉽게 접히지 않을 터인데

빗소리처럼 오랜만에 

네 생각이 났다고 쓴다 

여러 날들 동안 비가 오지 않아서 

많은 것들이 말라 버렸다고 

비 맞는 마음에는 아직 

반가움에서 환도하지 못한 것들이 

많아서 너무 미안하다고 쓴다 

 

우습게도 이미 마음은 

오래 전부터 진창이었다고 

쓰지 않는다 

우산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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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한가운데서 따가운 햇살에 속살을 데인거나 아닌지,

혹은 힘겨운 일상에 근골을 상하지나 않았는지...

근심 걱정이 잦을수록 당신께 소홀해져버린 요즘의 일상이 민망합니다.

사는 게 무에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햇살 따가운 날엔 서로가 서로에게 서늘한 그늘 한 채 지어주고,

간혹 비라도 갑작스레 내리는 날이면 서로의 머리 위에 우산 한 채 얹어주는

그 소박한 그리움...

그런 그리움만으로도 일상을 사는 일은 행복일진대...

 

내 안의 그대...그리고 그대 안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