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조신하기로 소문난 남원댁과
어촌계장 박씨가
초승달을 떨구고 갔다
등허리에 꽂혀 내가 아프다.
-황영자님의 < 말 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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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말기에 열한 명의 천자를 섬기며 백성의 어려움을 보살핀 ‘풍도(馮道)’라는 사람은, 말(言)이 시대를 어지럽히는 한 까닭임을 깨닫고 ‘입은 재앙이 들어오는 문이고 혀는 제 몸을 베는 칼이다/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어 두면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라는 시를 남겼다. 조선 영조 대에 김천택이 펴낸 ‘청구영언’에도 ‘말하기 좋다 하고 남의 말 하는 것이/남의 말 내가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을 말까 하노라’라는 시조가 실려 있다. 예로부터 나라 안팎에서 ‘말’을 화근의 하나로 여겼음을 알 수 있다.
‘남원댁과 박씨가 간밤에 떨구고 간 초승달’에 대한 이야기를 이 화자는 어찌했을까? 삼켰을까, 뱉았을까?
가끔은 ‘폐구장설(閉口藏舌)’, 즉 ‘입을 닫고 혀를 간직해 두는 일’이 지혜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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