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이안-시간을 걷다>
다낭에서 약 30분쯤 떨어진 곳에 호이안이라는 옛도시가 있다.투번강이 고요히 흐르는 밤풍경은 미스 사이공의 깊은 눈매를 닮아 있다. 등공예가 발달한 호이안엔 가게들마다 색색의 등을 내걸어 옛도시의 고즈넉한 풍경을 더한다. 고대 동남아시아의 최대 해상무역지였던 호이안은 지금 휘황찬란한 다낭의 네온에 밀려 낡은 빛의 도시로 변해버렸지만, 다낭에서 느낄 수 없는 베트남의 정취를 가장 멋스럽게 담고 있다. 다시 베트남을 가봐야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이곳, 호이안에서의 아쉬움 때문이다. 베트남엘 가려는 사람은 꼭 이곳 호이안에서 하루 정도는 묵고 올 일이다.
1. 투본강 (Thu Bon)
투본의 물살은 느리게 흐른다. 아니, 흐르는지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다. 그래서 여행객들의 발걸음은 그 물살을 따라 흐르다가 멈추다가를 반복한다. 그 여행객들의 발걸음 따라 상점들도 따라 늘어서 있다.
*투본강변의 나룻배...이 배를 타고 강을 따라 느리게 느리게 시간을 거슬러 오르면 강의 이쪽 저쪽에 17세기의 베트남 풍경들이 펼쳐진다.
#투본에 해가 지면 수십 개의 달이 뜬다. 강변 양쪽으로 늘어선 가게의 불빛들이 잔잔한 물살에 떠밀려 밤새 흔들리다 저문다. 여기서 하룻밤을 묵으며 저 물살에 함께 떠밀려 보지 못한 게 한스럽다...ㅠㅠ
*이곳 호이안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입체카드. 붉은 표지 카드를 펼치면 그 안에 접혔던 베트남의 여러 풍경들이 툭, 튀어 오르며 몸집을 불린다. 처음엔 그저 그림카드로만 알았다가 펼쳐보고 나서야 우와~, 하는 탄성을 지르게 된다. 1장당 500원 정도 했던 것같았는데...베트남의 풍경을 가장 잘 표현한 것으로 골라 10장을 샀다. 신년 연하장으로 쓰려고 했는데, 아까워서 아직 제대로 쓰질 못했다.
일본인들이 정착해 살면서 만들었다는 내원교이다. 이 다리를 건너면 풍흥 고가(古家), 쩐가 사당, 꾸언탕 가(家) 등 고스란히 남아 있는 옛집을 둘러볼 수 있다.
베트남 전쟁 때는 한국군이 여기 호이안에 주둔해 있었다고 전한다. 치열한 전투 속에서 그나마 옛풍경이 저만치라도 남아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건 1999년도의 일이다.
*옛가옥의 창살 문양. 어두컴컴한 실내에서 선명한 인장과도 같은 문양이 묘한 느낌을 주었다.
*거리의 화가들 - 어딜가나 이런 거리의 예술가들이 있다. 시간이 넉넉했더라면 이국인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맡겨보고도 싶었는데...호이안은 이래저래 온통 아쉬움이었다.
*호이안의 구시가지-세계 여러 곳의 사람들이 모두 이 동방의 작은 마을에서 느끼는 감흥은 다르지 않은 듯 보였다. 그들의 눈에 비친 호이안은 포근했다.
*태국, 필리핀 등에서도 못 먹어 봤던 사탕수수를 드디어 여기서 먹어 보았다. 저 기계에 사탕수숫대를 밀어넣어 액을 짜낸다. 달콤달콤...좀 시원하게 먹었더라면 좋았을 것을...이것도 아쉽다.
#릭샤 - 단체 관광객인 듯...타보고 싶었지만 호이안의 골목은 그저 두 발로 천천히 걷는 게 더 매력적이다.
#어딜가나 빠지지 않는 관운장 사당
베트남에서도 관운장의 사당을 보게 될 줄이야. 관운장은 고전 속 영웅들 가운데 신으로 격상된 유일한 인간이다.
# 호이안의 골목들
호이안을 굳이 우리나라에 빗대자면 전주 한옥마을 정도랄까...그러나 제 정체성을 온전히 상실해버린 한옥마을과 달리 호이안의 골목들에는 호이안만의 옛풍경들이 그나마 온전하게 자리잡고 있다.
#호이안의 전통 가옥
-관광객들의 번잡함 속에서도 묵묵히 그들의 일상을 꾸려가는 사람들...
드나드는 관광객들의 호기심 어린 눈길 앞에서도 자연스럽다. 새해라 만두같은 걸 만드나보던데 말이 안 통해 물어보질 못했다.ㅠㅠ...또 아쉽...
#등공예 가게들...
호이안의 밤을 휘황찬란하다. '바다의 실크로드'라 불렸던 한 때의 흔적인지 여전히 등공예 가게들이 즐비하다. 16, 7세기 번성했던 해상 도시의 면모가 밤이 되면 오롯이 되살아난다.
# 골목길에 지쳐 잠시...
-찻집 입구에 이 아이도 지쳐 잠시...쉬는 아이를 사진 찍겠다고 렌즈를 들이대도 무감한 표정으로 옥수수만...ㅋㅋ 구여버~^^
#호이안의 밤
호이안의 밤은 광휘롭다. 그러나 눈부시지 않다. 가게들마다 내건 은은한 조명등이 강변을 따라 늘어선다.
# 조명등 아래, 안주도 없이 맥주 한 잔으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서양인의 모습이 호이안의 밤을 이국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 선상 결혼식
2016년 1월 1일...곳곳에 결혼식이 벌어졌다. 이곳 사람들이 길일이라 믿는 날이라 한다. 곳곳에 축원을 비는 종이등이 투본의 물결 위에 꽃을 피우는 밤에 한 쌍의 젊은 남녀가 화촉을 밝히고 있다. 번잡한 다리 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결혼식을 축복했다.
문득...나의 결혼식을 떠올렸다. 더운 날이었고, 비가 많은 날이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나도 저런 결혼식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호이안은 다시 와야 할 이유가 여러모론 많은 곳이었다.
*투본강에 띄운 축원
누군가가 간절한 바람을 적어 띄운 종이등이 내 발 아래로 떠가고 있었다. 뭐라 쓴 건지 읽을 순 없었지만 국경, 인종을 넘어 대개의 사람들이 지닌 간절함은 비슷한 것이지 않았을까...
#호이안의 회화
그림 가게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투번강의 물안개같은 은은한 화법이 맘을 끌었다. 짐만 아니었으면 한두 점 사고 싶었는데...이것도 아쉽...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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