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김 명 희
너도 길바닥에 나앉았구나
이 빠진 청춘과
샛노란 추억의 갈림길에서
구름 한 장 끌어다 덮고
용케도 참고 있구나
보도블록 틈새라도
등때기 붙일 수 있어
행복하다 고개 끄덕이지만
흘러간 어둠과 눈물
헛발로 맴돌지 않도록
뿌리째 신경통 앓는
무릎 사이
하얗게 흔들리는
봄볕이여
----------------------시집, [향기로운 사하라](문학의전당, 2011)에서...
그래, "이 빠진 청춘"에게도 축복처럼 저 하늘의 "구름 한 장" 덮이는 날이 있으리라. 그 날을 위해, 비좁디 비좁은 "보도블록 틈새"라도 기꺼이 생을 이어갈 일이다. 돌아보면 "흘러간" 지난 날들에 "어둠과 눈물"을 묻히지 않은 생들이 몇이나 되랴. 다만, 그것들이 "헛발로 맴돌지 않도록" 치열하게 살아가는 일이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그 구름장 아래 "하얗게" "봄볕"이 무르익기를 갈망해 보는 일...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문득, 보도블록 틈새 함부로 웃자란 풀들에 손 뻗기가 주저되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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