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김명희님의 시 <민들레>...

naru4u 2011. 7. 3. 23:05

<민들레>

 

                                   *김 명 희

 

 

너도 길바닥에 나앉았구나

이 빠진 청춘과

샛노란 추억의 갈림길에서

구름 한 장 끌어다 덮고

용케도 참고 있구나

보도블록 틈새라도

등때기 붙일 수 있어

행복하다 고개 끄덕이지만

흘러간 어둠과 눈물

헛발로 맴돌지 않도록

뿌리째 신경통 앓는

무릎 사이

하얗게 흔들리는

봄볕이여

----------------------시집, [향기로운 사하라](문학의전당, 2011)에서...

그래, "이 빠진 청춘"에게도 축복처럼 저 하늘의 "구름 한 장" 덮이는 날이 있으리라. 그 날을 위해, 비좁디 비좁은 "보도블록 틈새"라도 기꺼이 생을 이어갈 일이다. 돌아보면 "흘러간" 지난 날들에 "어둠과 눈물"을 묻히지 않은 생들이 몇이나 되랴. 다만, 그것들이 "헛발로 맴돌지 않도록" 치열하게 살아가는 일이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그 구름장 아래 "하얗게" "봄볕"이 무르익기를 갈망해 보는 일...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문득, 보도블록 틈새 함부로 웃자란 풀들에 손 뻗기가 주저되는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