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울다가, 웃다가, 다시 울다...

naru4u 2011. 12. 2. 23:22

 

 

 

 

 

 

김애란, <두근두근 내 인생>

(창작과비평, 2011)

 오래도록 신경숙을 앓았다. 그 우먹한 슬픔의 구덩이는 아늑했고, 문장들은 입에 달았다. 오래도록 편식하기에 충분한 문장들이었다. 간혹, 김훈에게로 건너가 눈을 헹구고, 문장으로 꿈틀대는 갖가지 사물들과 뒹굴며 놀다가도 해질 녘, 엄마의 목소리 끝에 매달려 집으로 돌아가는 유년처럼, 나는 다시 신경숙의 문장들로 되돌아가곤 했다.

 

 

  그러다 '김애란'을 만났다. '깊은 슬픔'으로 가슴 곳곳이 멍울지고, 덩달아 일상이 눈물로 질척일 때였다. 김애란의 문장들을 읽을 때면 짓무른 눈자위 끝에 살풋, 웃음이 덮였다. 웃을 때마다 주름지는 눈끝이 어색해 애써 진지한 표정으로 문장들을 헤집다가도, 어느 때쯤 가면 꼭 나도 모르는 웃음이 입술 새로 삐져 나왔다.

  그녀가 빚어놓은 인물들은 짓궂게 내 입술을 뒤집어 나의 치아를 확인하기도 하고, 내가 누운 방의 크기와 그 안에 펼쳐진 이불의 크기를 비교해 보기도 했다. 출퇴근 길마다 지나는 만두가게 앞에 멈춰서는 날이 잦았고, 그럴 때마다 내 앞뒤로 길게 줄이 이어졌다. 김애란의 소설 속 만두가게가 문을 닫을 때쯤, 내가 지나다니는 시장통엔 만두가게가 하나 더 늘어 마주한 두 가게를 지나다니는 일이 불편해졌고, 내 앞뒤로 늘어섰던 줄들은 골목길의 이쪽저쪽으로 반반씩 나뉘었다.

  이 책, '두근두근 내 인생'은 열일곱 일진이들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나이키', '아디다스'에 대한 로망으로 열병을 앓던 열 일곱. 나는 그때 어떠했던가?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나로부터 등을 돌렸다고 믿고 살았던 때, 나 또한 그들로부터 등을 돌리겠다고 맘을 먹기도 하고, 또 그들에게 날 봐달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하며 마냥 소란스럽기만 했던 내 나이 열 일곱. 그 나이에 이 책의 주인공들은 한 아이의 부모가 되었다. 그들보다 더 어른스러운 아이...

그 아이의 눈길로 쓰다듬는 세상의 풍경들이 "아, 이리도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인가"라는 늦은 깨우침을 전해 준다.

'열 일곱'...이 아이에게 열 일곱은 꿈이고 설렘이다. 세상 모든 것들에 '두근두근' 심장이 뛰게 되는 나이...열 일곱은 그러한 나이였다.

그때 나는 왜 몰랐던가...그 아름다운 열 일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