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 떠돌기...

드넓은 토지...그보다 더 넓은 사랑...<하동 평사리>

naru4u 2009. 9. 29. 19:36

 # '한없이 넓은'이라는 뜻...'사랑'

 

 

  평사리는 섬진강이 적시는 너른 벌판 가운데 하나이다. 한국근대사의 기록이라 불리는 <토지>의 배경으로 유명해진 곳이지만, 정작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을 만한 것은 민속촌 분위기 함뿍 나는 '최참판댁' 하나뿐이다.

  최참판댁으로 오르는 비탈길 여기저기엔 언제부턴가 번듯한 가게들이, 만화 캐릭터처럼 동글동글한 서희와 길상을 내세워 전을 펼치고 있고, 최참판댁 옆마당엔 어울리지 않는 저잣거리가 기름냄새를 풍기며 먹거리를 한상 빚어낸다.

  어차피 최참판댁이 관광상품으로 만들어진 가상재현공간이라면,  최참판댁 뒷산 어데쯤 구천과 별당아씨의 애끊는 사랑의 서사가 깃들만한 동굴 하나쯤 파놓았으면 좋았을 것을......

  그리고  저 넓디넓은 벌판 끝 어데쯤엔, '월선과 용이의 사랑'처럼, 섬진강 물살이 찰박거릴 만한 주막집 한 채 빚어두었더라면......

  그리하면 내가 용이가 되고, 그대가 월선이 되고, 그대가 별당아씨가 되고, 내가 구천이 되고......혹은 우리들이 서희와 길상이 되어도 좋았을 것을......

  이저런 일로 한 해에 몇 차례 수시로 드나드는 평사리지만, 십수 년 전 그때, 최참판댁도 없고, 저잣거리도 없고, 길상과 서희의 만화같은 캐릭터도 없던, 그저 알싸한 사랑이야기만 섬진강 물살에 찰랑대던, 그 때의 평사리가 아직은 최고의 풍경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