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정리하다 묵은 이름 하나를 만났다.
95. 9. 21. 木...
이라는 펜글 밑에 자그마한 이름 하나가 눈에 띄었다.
10여년이 훌쩍 지난 저 만치서 그 이름을 이룬 자모음들이 꿈틀꿈틀대더니 온전한 형상으로 나를 뒤흔든다.
나를 '성'이라 부르던 아이...
'성에게 글을 쓰지만 부치질 못한다구요!'라는 투정 가득한 표정이 생생하다.
뜻하지 못한 곳에서 맞닥뜨린 이름들에는 잊고 지낸 세월들이 묻어있다. 그러고보면 사람들의 기억속에 가라앉아 있는 이름들은 곱게 곰삭은 술찌끼미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슬쩍 혀끝만 담가도 온몸에 열이 후끈 오르는...그 이름들에 삭아있는 세월의 깊은 맛이리라.
폭우가 사선으로 내리는 밤...
얇은 귀를 가진 탓에 쉽사리 잠들지 못하는 밤...오래 묵은 술을 들이키듯 내 안에 곰삭은 이름들 하나하나를 혀끝에 물어본다. 불현듯 잊고 있었던, 아니 잊으려 바둥댔던 지난 시간들의 한쪽이 여전히 가슴 속에 아린다.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 부대낀 그 이름들의 주인들이 보고싶다.
..........
그리하여 오래도록 잠들지 못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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