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아가는 느낌...
몸도 생각도...일상도...
그런데 기억은, 낡아가는 일상 속에서 오히려 선연하다.
흑백 영화 속에 컬러 한 점처럼...
묵은 드라마 하나를 기억 속에 길어 올렸다. 2000년도 방영작이니 그새 20여 년이 지난건가...낡을 만큼 낡은 드라마임에도 그 낡은 빛깔들이 정겹다.
송혜교의 흰색 터틀넥니트, 촌스러운 파란색 눈두덩화장, 꽃보다 더 화려한 색감의 부직포로 휘감은 꽃다발, 그리고 조금은 유치한 대사들...지금보면 모든 게 과하다 싶은데 세월 지나보니 그마저도 낡는다. 그런데 어색한 그 색감들이 장면장면 오히려 정겹기도 하다.
그땐 드라마를 보지 못했었는데, 은서의 집이 있던 속초 어느 항구를 찾아 갔었던 기억이 딸려 나온다. 아바이순대가 유명하던 그 항구에서 밧줄을 당겨 항구의 이쪽저쪽을 건넜던 기억이 드라마 한 장면에 클로즈업 된다.
그 기억 속...
그 낡은 기억들 속에, 나는 초라했다. 꿈도 없이 하루하루 돈벌이에 청춘을 저당잡혀 살던 그때...그때의 사진들이 없는 것은 그 안에 담을 표정들을 잃어버린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뒷날...이만큼의 자리를 돌아보면...그렇게 돌아볼 용기가 있기나 할까...
또 하루가 낡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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