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 집사라는 말을 그닥 좋아하진 않았다. 인간 스스로 짐승의 아랫자리를 자처하는 꼴이라. 내 생이 누군가로부터 그닥 대접받고 사는 삶도 아닌데, 하물며 짐승을 떠받드는 꼴이란!
그런데 그런 삶이 시작됐다. 역시 인생은 뜻대로 안 되는가보다ㅠㅠ.
'이즈'라는 이름은 'is'와 'eyes'를 합친 이름이다.
집에 데리고 오던 날, 결막염으로 눈이 퉁퉁 부어 있었던 까닭이기도 하고, 아직 거기 있냐, 있어, 라고 딸과 오고 간 대화 때문이기도 했다.
지하주차장에서 탈진해 쓰러진 이넘을 아침에 딸내미가 발견하고선, 그때부터 딸과 나 사이의 지루한 밀당이 시작됐다.
집에 데리고 갈게~~
안 돼~~
산 짐승을 키우는 일에 자신이 없었다. 어쩌면 책임이라는 단어를 피하고 싶은 이기심 때문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저녁 8시가 되어서야 결국, 내가 백기를 들었다.
순이같던 눈이 붓기가 가라앉으니 영희 눈처럼 똥그래졌다ㅎㅎ.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던 놈이 사흘만에 다람쥐가 되었다. 이젠 내 손길만 피해 다니는 이넘이 야속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최근 나의 퇴근 시간이 빨라졌다. 집까지 가는 길이 설레기 시작한 까닭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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