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오래 잊고 살았던 이 길에 닿았다. 이 개천에 대한 첫 기억은 내 나이 아홉 살 때다. 수출자유지역에 일자리를 구해 부산을 떠났던 큰 누나와 작은 누나가 이 개천 근처에 자취방을 얻었었고, 방학 때면 이 개천가에서 며칠을 보내다 가곤 했었다. 그때 여긴 동네 빨래터였고, 누이들도 일주일의 빨래감을 들고 이 개천가에 쪼그려 앉곤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누이들 나이 기껏 열 아홉, 혹은 스물이었다.
회원동 500번지...
피난민들의 판자집들이 즐비했던 동네...미로같던 골목길 끝에 삐걱대는 공중화장실이 유일했던 동네...
하...그때 그 어린 누이들은 이 시절들을 어찌 견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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