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 후보가 뽑히고,
그 새 대통령을 수사한다는 특검팀이 구성되고,
글로벌 기업 삼성은 계속해서 사고를 치고,
기름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우리들의 동포 북한은 핵포기 못하겠다고 버티고,
열대 사막 이라크에도 눈이 내렸다고 하고......
나라 안팎으로 여간한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도 그런 것들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본능에 충실한 인간들이 살아가는 곳이 있으니, 그곳이 대학이다.
상복같은 교복을 벗은 여고생들은 본격적으로 암컷들의 본능대로 치장에 돈을 쏟고, 그 암컷들 앞에서 수컷들은 수컷의 본능을 드러내 암컷을 유혹하는 공간!
'참된 학문의 도량', '지식인들의 요람'...한때 대학들 앞에 나붙던 수식어들은 이제 고리타분하다.
'취업률 00%', '기업이 선택한 대학'...등등의 얼핏보면 취업학원이나, 고시학원 광고를 보는 듯한 기분이다.
<색즉시공>은 그런 대학에서 '취업공부'나 '기술'(수영, K1, 차력, 공무원시험, 검사...)을 익히는 암수 무리들의 이야기였다.
캠퍼스를 빛내는(?) 조형예술물을 섹스 대상으로 삼아 훤한 아침까지 술에 취해 조형물의 궁둥이를 사정없이 박아대는 '은식'(임창정).
몇몇 조연커플들의 서사 또한 암수의 짝짓기를 유형별로 보여주고 있을 따름이다.
이 영화가 예술과 사회비판을 담으려는 의도는 분명 아니었다 하더라도, 두 시간 여의 런닝 타임 동안 오로지 암수의 짝짓기에 닿아있는 웃음 유발 장치들은
좀 과하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 영화가 분명 3류 비디오물로 전락하지 않는 것은 '임창정'이라는 배우 덕택이라는 생각이다. 잘 나가던 '가수'였던 시절, 과감히 그 자리를 떨치고
오직 하나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던 그의 다짐이 결코 가벼운 연예인들의 이벤트가 아니었음을 이 영화는 확인시켜준다. 그와 더불어 '송지효'라는 배우 또한
귀에 익지 않은, 그래서 내겐 '신인'이라 여겨짐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연기는 결코 극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오랜만에 들른 극장에서 임창정의 고집이 다져진 연기를 확인한 것과, 송지효라는 새 인물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된 것...그리고 생각없이 웃을 수 있었던 몇 개의
소품같은 장면들만으로 영화값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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