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영화관...

神이 죽어버린 시대의 초인...'마더'(mother)

naru4u 2009. 7. 2. 00:19

  

 

'엄마'...혀끝에 물리는 그 이름이 비릿하다. 한평생 설움이 많고, 눈물이 속으로 배어든 이름이다.

한없이 무르고 연약하여, 금세라도 휘청, 허리 꺾일 것 같은 이름이다.

그래서 그 무릎 아래 오그종종 기어들면 아무리 악인이라 할지라도 금세 울먹이고 마는, '엄마'는 그런 이름이다.

그러나 또 한 편 '엄마'는,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은

젖가슴 불려 먹이고, 속가슴 앓아 기른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초인적 힘을 발휘하는 이들이다.

 

봉준호의 영화, <마더>는 눈물 많고 여리디 여린 '엄마'가 속가슴 앓는 이야기로 시작되어,

'생명존엄'이라는 전우주적 윤리마저 위배하고 마는 '살인자'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어느 날, 나른한 햇살 속으로 걸어든 이웃집 아줌마 '김혜자'를 멀리서 보고 상상을 부풀렸다는 봉준호의 이번 영화는

지금껏 '양촌리 김회장의 아내'로 각인된 배우 '김혜자'의 이미지를 단번에 바꾸어 놓기에 충분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어머니상으로서의 한 인물을 극한 상황으로 내몰아 그 안에 본성처럼 들앉은 극단의 면모를 끌어내는 힘!

그게 봉준호의 힘이고, 봉준호 영화의 재미다.

<살인의 추억>, <모텔 선인장>, <괴물>...찬찬히 헤집어보면 모두 한 인물이 어떤 계기를 통해 극단적 인물로 탈바꿈하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

그의 인물들이 이렇게 극단으로 치닿는 과정이 자연스러운 것은 감독 스스로 대본 작업에 참여하는 것도 한 이유가 될 수 있다.

감독이 각본을 직접 손 대는 경우, 각본 과정에서 상상한 장면들이나 그로 연상되는 고정되지 않은 상상들이

의도한 그대로, 혹은 그 이상으로 영상작업에 옮겨질 수 있다.

그의 인물들이 단번에 극단으로 치달음에도 어색하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이리라.

 

니체가 단언한 것처럼 '신이 죽어버린 시대'에 전지전능한 존재를 꼽으라면?

난 기꺼이 '엄마'를 손가락으로 꼽는다.

영화 <마더>는 '전능한 존재가 누구냐'는 내 오랜 물음에 대한 답을 확인시켜주는 영화이다.

'mother'...'엄마'...한없이 부드럽기만 한 울림소리들의 조합 안에는

그 어떤 것으로 찔러도 물컹, 물컹, 그 고통을 내화시키는 물렁함이 출렁댄다.

물렁한 그것. 그러나 결코 나약하지 않은 그것. 그것이 바로 'mother'이다.

모든 슬픔, 고통 들이 물렁함 속에서 출렁이고 마는...그 이름...

문득 그 이름이 그리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