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놓치다>......(윤제림)
...내 한때 곳집 앞 도라지꽃으로
피었다 진 적이 있었는데,
그대는 번번이 먼 길을 빙 돌아다녀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내 사랑!
쇠북 소리 들리는 보은군 내속리면
어느 마을이었습니다.
또 한 생애엔,
낙타를 타고 장사를 나갔는데, 세상에!
그대가 옆방에 든 줄도 모르고 잤습니다.
명사산 달빛 곱던,
돈황여관에서의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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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뭉개져버린 수십 년 세월 저 너머의 기억더미들 속에서도, 사랑을 놓친 기억만큼은 여전히 선연하다. 기억뿐이랴. 마지막을 예감하던 여러 날 동안의 날씨와, 하늘빛, 구름모양들까지도, 어느 것 하나 뭉개진 것 없이 또렷하다. 그래서 사랑을 놓치는 일은 딱, 한 번이면 족하지 싶다. 그 한 번의 통증만으로도 이 생을 견디는 일이 혹독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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