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문학동네, 2010) |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는 일은 반가운 것인가? 그런가? 마음 한 구석, 폐쇄증을 앓는다고 생각하는 나는 종종 혼자만의 공간에 틀어박혀 시간을 궁글릴 때가 있다. 사람이 귀찮고, 세상 일에 마음이 들끓지 못해, 그저 혼자 조용히 시간의 톱니로 내 안을 긁어대는 시간들...그게 '평온'이라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방해 받고 싶지 않은 이 시간에 불쑥 걸려오는 전화를 나는 거절하지 못한다. 그저 몇 마디 인사치레 안부를 묻고, 한 번 보자는 막연한 약속만 띄운 채 전화를 끊고 나면 무너지는 담벼락같은 후회가 나를 짓눌러온다. 그러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저 전화벨 소리...... |
신경숙의 소설, <어디선가 나를 찾는~>을 읽는 일은 곤혹스러웠다. 어둑한 방구석 한 켠에 며칠 째 나와 함께 뒹굴었던 이 책을 나는 겨우 읽어냈다. 20대의 막연한 청춘들이 엮어나가는 서사들은 따뜻하지도, 그리 고민스럽지도 않아 보였다. 세상의 가장자리를 빈둥거리는 청춘들. 어느 누구 하나 세상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지 못한 채, 그렇게 가장자리로만 떠도는 20대들의 목숨들은 뜨겁지도 않았고, 시니컬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지상에 발을 뗀 옥탑방이나, 방바닥에서 띄어올린 허공의 침대 위에서 흔들릴 뿐이다.
그들이 정신적 지주로 여기는 '윤교수' 또한 세상의 중심에서 비켜 선 인물이다. 예수를 어깨에 얹고 강을 건네 주었다는 '크리스토프'의 이야기로 첫수업을 시작한 윤교수는, 현실과 불안 사이의 학생들을 내팽개친 채 현실의 변두리로 떨어져 앉는다. 윤교수도 학생들도 어느 누구 하나 크리스토프가 된 이는 없다. 그래서 이 소설은 모호하고 불안하다.
'단이', '정윤', '윤미루', '이명서'......마치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는 듯한 이들의 만남과 헤어짐에는 필연성이 떨어지고, 그래서 만남도 헤어짐도 급작스럽기만 하다. 요즘같이 선득한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훅, 꺼져버릴 것만 같은 인물들...그들은 마치 살풋한 바람에도 풀썩거리고 마는 미루의 플레어 스커트처럼, 자잘한 일상에 풀썩이고만 있을 뿐이다. 그들의 일상 그 어느 곳에도 시대를 아프게 살아내야만 했던 '화상자국'을 찾을 수는 없다. 그들의 서사는 '미루'의 화상 입은 손에서 시작해서, 그 손 안에서 끝났다.
신경숙은 이 소설을 남기고 훌쩍, 태평양을 건너갔다. 한 일 년 쯤 뒤, 그녀가 낯선 세계에서 머금고 돌아올 문장들이 궁금해지는 것은 이 작품이 남긴 아쉬움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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