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송창우님의 시......<성탄절 아침>

naru4u 2010. 11. 28. 15:00

<성탄절 아침>

 

                                 *송 창 우

 

바다가 보이는 창에

하얗게 나무가 자랐다

 

분별없는 말들은

가지 끝에 얼어붙고

 

송전탑에 꽃이 깜빡

피었다 졌다

 

물일을 나간 아버지는

바지를 벗고

 

우리 집 빨랫줄에

예수님처럼

 

두 팔을 벌리고 널려 있었다.

=========================송창우 시집, [꽃 피는 게](신생, 2010)

십여 년 넘게, 집에 들지 못했던 시인의 시들이 올해 비로소 '집 안'에 들었다. 그의 시들은 그를 닮았다. 아니, 이젠 그가 그 시들을 닮아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기저기서 만났던 시편들을 이렇게 집 안에서 만나니 반갑다. 오래도록 이들과 한 방에 뒹굴 생각만으로도 올 성탄제는 흥겨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