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아침>
*송 창 우
바다가 보이는 창에
하얗게 나무가 자랐다
분별없는 말들은
가지 끝에 얼어붙고
송전탑에 꽃이 깜빡
피었다 졌다
물일을 나간 아버지는
바지를 벗고
우리 집 빨랫줄에
예수님처럼
두 팔을 벌리고 널려 있었다.
=========================송창우 시집, [꽃 피는 게](신생, 2010)
십여 년 넘게, 집에 들지 못했던 시인의 시들이 올해 비로소 '집 안'에 들었다. 그의 시들은 그를 닮았다. 아니, 이젠 그가 그 시들을 닮아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기저기서 만났던 시편들을 이렇게 집 안에서 만나니 반갑다. 오래도록 이들과 한 방에 뒹굴 생각만으로도 올 성탄제는 흥겨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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