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건너편에 성당이 하나...
저녁 밥 먹다 문득, 등 뒤에서 들려오는 성당의 종소리에 왈칵, 또 맘을 뺏겨버렸다.
그 종소리 따라 미끄러진 기억이 부산 갯가의 어느 비탈길에 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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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갯가, 비탈진 동네.
나무판자에 초를 문질러 그 비탈을 미끄러지며 놀던 가파른 추억들이 오롯하다.
비탈을 다 미끄러져 내려 다시 오르막을 향해 오를 때면
언덕받이 하얀 성당은 늘 잊고 있던 기억처럼 갑작스러웠다.
그리고 해가 지면, 절렁절렁,
성당 종소리 따라 저녁거미가 슬금슬금 산을 걸어내려와선
비탈진 골목쯤에선 와르르, 미끄러지고야 말던 그 때...
아이들의 소란스러움들이 '제 엄마'들의 호명에 이끌려
하나씩, 둘씩, 대문 안으로 사라지고 말면
어둑한 골목길, 푸직, 푸지직, 촉 낮은 방범등이 타 들던 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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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잊고 지낸 옛 풍경들이 어쩌자고 저 종소리 몇 알에 우르르 쏟아지는지.
사소한 것들에 맘을 빼앗기고, 또 그렇게 혼자 절렁절렁 시간을 오르내리는 걸 보니
가을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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