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말이 있어
오늘은 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말이 있어
길을 가다 우연히 갈대숲 사이 개개비의 둥지를 보았네
그대여, 나의 못다 한 말은
이 외곽의 둥지처럼 천둥과 바람과 눈보라를 홀로 맞고 있으리
둥지에는 두어 개 부드럽고 말갛고 따뜻한 새알이 있으리
나의 가슴을 열어젖히면
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나의 말은
막 껍질을 깨치고 나올 듯
작디작은 심장으로 뛰고 있으리
=======================================문태준 시집, [그늘의 발달], 문학과지성사, 2008.
말이 너무 많아진 세상...필요한 말은 정작 귀에 담기 어렵고, 불필요한 말만이 넘쳐 나는 세상이다.
그 숱한 말더미들 가운데 나 또한 쓰레기 같은 말더미를 보태고 살진 않는가, 찬찬히 돌아볼 일이다.
그리고 아낄 일이다.
그리하여 뒷날, 나도 누군가에게 '미루어놓은 말' 몇 마디를 남겨둘 일이다.
두고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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