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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시간 여행자의 아내...

naru4u 2018. 5. 13. 11:27

 

 

 

 

 

 

 

시간 여행자의 아내(2009, 미국)

(The Time Traveler's wife)

ㅡ감독 : 로벤르트 슈벤트케

ㅡ출연 : 레이첼 맥아담스(클레어 역), 에릭 바나(헨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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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는 시간여행자다. 엄밀히 따지면 여행자라기보다는 시간이탈자라 해야할 것이다.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쑥불쑥, 그의 일상을 벗어나기 일쑤다. 시간을 이탈해 처음 그가 그 숲에 떨어졌을 때 클레어는 겨우 여덟 살이었다. 스무 살도 넘게 차이날 법한 이 둘의 첫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어느 누구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렇게 사고처럼 우연히...

그로부터 수시로 헨리는 그숲으로 온다. 클레어가 스물을 훌쩍 넘길 때까지 그렇게 가끔...언제올지도 모를 헨리를 기다리며 클레어는 막연한 기다림으로 혼자 사랑을 키워간다. 그녀에겐 그게 처음이고 유일한 것이었기에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둘은 결혼을 하지만 헨리의 시간 이탈은 여전하다. 언제 어디로 가는지, 또 언제 돌아올지도 모른 채 클레어는 혼자 묵묵히 자신의 일상을 견뎌낼 뿐이다. 그가 그녀에게 해주는 보상이란 미래 경험을 통해 미리 수백억의 복권에 당첨되게 해주는 것(개인적으로 이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몹쓸 씬'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돈의 보상이 갈등 해소의 실마리로 기능한다니...).

 

헨리의 불안정한 일상과 클레어에 대한 일방적인 배려(정관수술)는 이들뿐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커플, 부부들의 갈등 요인일 것이다. 상대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교감하지 않은 채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 내리는 일들이 간혹 상대에겐 존재감의 상실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약속할 수 없는 상황에선 헨리의 일방적인 결정은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헨리는 클레어보다 그 현실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알기에...직접 겪어보지 못한 채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은 절대 현실적이지 못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섣불리 아는 듯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헨리가 미래와 과거를 수시로 넘나드는 동안, 클레어는 다양한 연령대의 헨리를 만나게 된다. 그 많은 연령대의 헨리들 중에 클레어가 가장 사랑했던 헨리는 누구였을까? 그건 언제나 '바로 지금'의 존재이지 않을까...그런데 그 바로 지금은 언제나 불안정하다. 헨리 또한 서로 다른 시대를 넘나들면서 과거, 현재, 미래의

자신과 비교당해야 하는 처지...서로 다른 연령의 자신과 사랑을 두고 경쟁하는 듯한, 그래서 가끔은 자신에게 질투를 느끼기도 하는 상황. 둘 모두에게 결코 행복한 상황일 수 없다. 만약, 헨리가 클레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면 적어도 이둘의 만남이 이처럼 비극적이진 않았을 것이다. 결코 다할 수 없는 책임 앞에서 그 잭임을 다하려 몸부림 쳤기 때문에 이 영화는 비극적일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내 선택은 없었다'

 

이 영화의 표제처럼, 우리들 생의 출발은 처음부터 내 선택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렇기에 우리는 평생 선택하며 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선택은 늘 고통스럽고 두렵다. 확신이 부족한 까닭이다. 나이가 들수록 선택은 고통스럽고 용기는 부족하다. 그래서 늘 이 시간, 이 공간을 벗어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