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영화관...

우리 생에 딱 한 번, '신의 한수'가 허락된다면...

naru4u 2014. 7. 15. 00:30

우리 생에 '신의 한 수'는 있는가?

 

 

 

 '바둑'은 인류의 오랜 놀이 가운데 하나다. 서양에 체스가 있다면 동양은 바둑으로 그에 맞선다. 문자가 생기기 이전인 4,300여년 전에 발생하였다는 설이 있으니, 기원으로 따지자면 인류의 처음과 거의 맞먹는 연원이다.

영화, <신의 한 수>는 이 오랜 놀이인 '바둑'을 모티프로 삼았다. 그런데 영화에서의 바둑은 더 이상 놀이가 아니다. 그것은 말 그대로 '사활'이다. 죽고 죽이는, 그래서 얼핏 다른 폭력 영화와 별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영화.

그런데도 이 영화에 대한 입소문이 예사롭지 않다. 왜 그럴까? 이 또한 '바둑'이 깔아놓은 포석이다. 스토리만 보자면 그리 소문을 타지 못하고 단수에 갇혀 죽고 말 것같은 대마들이, 가로·세로 각기 19줄의 등격평행선(等隔平行線)을 그린 평면(平面)판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날(日)마다 입소문을 타고 이리저리 명줄을 이어 간다. 뻔하디 뻔한 폭력 장면에,  '패착’, ‘착수’, ‘포석’, ‘행마’, ‘단수’, ‘회도리치기’, ‘곤마’, ‘사활’, ‘계가’ 들과 같은 바둑용어들로 각 장면들을 나눈 한 수가 죽을 대마 를 살려 놓았다.

 

 

 

 

  

 

'대마'를 살릴 수 있었던 또 하나의 결정적 한 수는 '캐스팅'에 있다. 안성기, 이범수, 정우성 들과 같은 간판급 배우들을 대마로 내세우고, 그들을 중심으로 김인권, 이시형, 안길강, 이도경, 최진혁 들이 대마를 호위하는 탄탄한 집구조로 에워싸고 있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대마급 배우들이 차지한 화점들에서 비롯한다. 정우성의 변신, 이범수의 살수, 안성기의 과거 패착 등이 서로 맞물려 스토리의 전체 얼개를 이루었다.

 정우성. 잘 생긴 남자의 액션신은 언제보아도 멋있다.

 이범수. 이 남자...살짝, 찌질해 보일 것같은 이 남자의 악역 연기는 가히 최고라 할 만하다. '19금'에 어울리지 않게 그닥 야~사시한 장면이 거의 없는 이 영화에서, 그나마 문신으로 휘감긴 이범수의 전신 노출은 여성관객들에게 작은 위안 정도는 될 듯.

 안성기. 이렇게 나이들 수 있다면 나이드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좀 덜할지도...

 아! 또 한 사람...이시영!

 한 TV예능프로에 처음 이휘재의 가상 부인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더니만, 몇 년 새 많~이 컸다 싶다. 더구나 지난 해엔 권투로 오버랩된 이미지 때문에 그저그런 여배우들과 뚜렷한 선긋기에 성공한 배우. 어린 시절, 시골에서 뱀을 잡아 먹은 경험담으로 그저 예쁘기만한 여배우의 이미지를 스스로 벗어나려 몸부림 치던 배우. 아직까지는 자신의 자리를 잘 찾아가는 듯한 배우...

 

 

이 영화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대체로 잔인한 살수에 맞춰진다. 45센티미터 안팎의 사각형 바둑판이 담아낸 세상, 그리고 그 안에 무수히 번져가는 죽음들. 361개의 착점들이 모두 죽고 사는 일로 이어진다. 그러고보면 우리가 사는 하루하루가 결국 그러한 생사의 이어짐일 것을...

 

그렇다면, 죽고 사는 일에 과연 '신의 한 수'란 있는 것일까?

내 생에 단 한 번, '신의 한 수'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난 어디에 어떻게 돌을 놓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