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호아킨피닉스 #베니스영화제
<'폭력', 약한 자들의 정당방위?>
영화 '조커'가 화제다. 호불호가 갈린다고는 하지만 포털상의 관객 평점은 압도적이다.
관객들은 왜 이 영화에 열광하는가?
자본의 시대에 자본 축적에 실패한 하층민들의 울분...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민중의 울분은 흡사 프랑스 대혁명의 전야제를 보는 듯하다.
-들라크루아,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1830년, 루브르박물관 소장)
1830년 7월, 프랑스의 광장도 그랬을 것이다. 소외되고 업신여김을 견딜 수 없었던 민중들은 오랜 세월 억눌러 온 그들의 분노를 그런 식으로 표출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 폭력과 희생의 끝에서 '자유, 박애, 평화'라는 값진 열매를 쥐어들 수 있었을 것이다.
조커는 그런 광장의 혁명을 연상시킨다. 하층민들끼리도 서로 업신여기고 서로를 폭행하며, 또 서로를 비웃는 현실 속에서, 그런 하층민을 궁휼히 여기는 듯한 상류층의 위선. 그 위선 앞에 결국 폭발하고마는 조커. 어릴 때부터 결핍의 환경 속에서,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웃음(신경질환)을 갖게 된 그가, 할렘가의 뒷골목에서 온전히 살아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은 분명하다. 더구나 육신이 온전치 못한 홀어머니를 구완해 가며 살아가야 하는 그의 삶은 뉴욕(극중 고담시)의 그 가파른 계단길을 오르는 일만큼이나 버거운 것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조커는 참 열심히 살았다. 스스로 예의를 지키려 했으며 자신의 꿈을 잃지 않으려 부지런히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인다. 사람들이 대개 조커의 비극에 공분하고, 그의 분노에 공감하는 것은 그가 보여주는 그런 생에 대한 처절함 때문이리라. 그리하여 지금껏 배트맨의 대척점에서 악당으로만 존재해 온 그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앞세워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과연 고개가 끄덕여질만한가...소외되고 외롭고 무시당하고 가진 게 없다고 해서, 사회를 향한 무차별적이고 극단적인 폭력을 자행하는 것. 그것은 온당한가. 관객들은 조커의 출현을 개연성있게 해석한다. 그리고 그 분노 안에서 사회 계층 간의 갈등을 읽으려 한다.
그러나 조커는 그냥, 코믹스사의 울궈먹기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 베니스의 평론가들이 어떤 점을 높이 평가했는지는 모르지만 조커에 표출된 폭력은 모순적이다.
도입부에 거리 아이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장면과, 후반부에 조커가 가하는 폭력은 다른 것인가? 아이들도 조커도 거리의 하층민이긴 매한가지다. 조커의 폭력이 사회 구조적 문제라면 조커를 향한 아이들의 폭행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의 비극은 조커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층민들끼리의 폭력에 맞춰져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비극의 참상이 더욱 아찔한 것은 봉준호의 <기생충>에서도 같은 계층 내에서의 폭력이 목격된다는 것이다. 결국,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보편적인 삶의 기질 가운데 하나는 '끼리끼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정작 우리가 고민하고 의심해야 하는 것은, 그 끼리들 사이에 자행되는 쌍방폭행이 어쩌면 상층 계급들이 짜놓은 고도의 전술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치열하게 싸워서 마지막에 살아남는 '딱 한 놈만' 그들의 영역으로 불러 앉히는 전술. 그들 손에 직접 피를 묻히지 않아도, 세상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며 그 위에서 '선의'로 존재할 수 있는 방법. 가진 자들은 이미 지주와 마름, 그리고 소작농의 계층 경험으로 그러한 지배 기술을 익혀온 것이다.
결국, 우리는 모두 '조커'일 뿐이다. 그러면서도 모두가 '토마스 웨인'이 되기를 꿈꾼다(코미디언이 꿈이었던 조커가 '머레이'가 되기를 꿈꾼 것도 이와 같다). 그러나 그 가당찮은 꿈(재능이 없거나, 능력이 없거나)이 그를 파멸로 이끄는 것을 우리는 목격한다. 세상 누구나 토마스 웨인을 꿈꾸다간 딱, 그짝이 날 수밖에 없다. 서로 죽이거나, 죽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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