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 떠돌기...

지리산, 천왕봉에 오르다...(1)

naru4u 2014. 6. 17. 14:53

지리산 천왕봉엘 올랐다. 20년만에...(요즘은 돌아보는 기억들이 전부 십년 저 너머의 일들이다ㅠㅠ)

아~ 세월아...세월아...

 

일출을 보려고 매년 12월 31일에 짐을 풀었던 중산리의 그 어느 민박집은 찾을 길이 없었다.

 

   

그땐, 중산리가 버스종점이어서 거기서부터 등산로가 시작되었는데, 요즘엔 거기서 다시, 법계사에서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제법 오를 수 있게 해놓았다.

 

자연환경에 문외한인데다가 그만한 의식도 갖추지 못한, 그저 그런 소시민인 까닭에 산자락을 한참이나 베어제낀 그 아스팔트 도로를 편한 마음으로만 흔들리며 올랐다.(아~ 부끄부끄~ㅠㅠ)

 

 

 

 

 

 

중산리에서 법계사 버스를 타고 약 2Km 오르면 '순두류'(두류는 지리산의 옛이름이다)에서 내리게 된다. 거기서부터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워낙 오래 전 기억이라 그때의 등산로가 어떠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만큼 이렇게 다듬어져 있었던 것 같진 않다. 순두류에서 법계사까지는 제법 운치있는 구름다리도 두엇 있고, 며칠 전 내린 비로 물소리 또한 실해서 천왕봉 오르는 일에 대한 두려움을 잠시 잊을 만하다.

 

법계사는 신라 때 지은 절집이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어 '대웅전'이라는 이름 대신 '적멸보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리나라 절집 가운데 가장 높은 곳(해발 1450M)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야 알았다.

얼마 전 불어닥친 강풍 때문에 일주문이 쓰러져 지금은 일주문을 찾을 수 없다.

 

 

   

절집 가운데 할매산신을 모신 곳은 몇 안 된다. 법계사는 그 가운데 하나다. 옛 설화 속에선 '마고할미'로도 불리는 이 산신할매 돌상은 원래 천왕봉 꼭대기에 따로 당집을 지어 모셔오다가 지금은 법계사 입구에 있는 천왕사로 옮겼다 한다. 일제가 민족정기를 끊기 위해 이 할미상의 어깨를 칼로 내리쳤을 때 할미상의 어깨에서 붉은 피가 흐르고 칼로 내리친 왜인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적멸보궁 안에는 부처상이 없다. 다만 벽면을 유리로 만들어 그 유리를 통해 뒤편 바위에 모신 진신보탑을 향해 절을 올리게 해두었다.

이 진신보탑은 2008년 2월 1일 아침 7시 37분부터 약 5분간 찬란하게 빛을 내뿜었다고 한다.

제법 이름 있는 산자락에 자리한 절집이면, 이저런 신기한 이야기들이 여럿 얽혀 있는 경우가 흔하다.

민족의 영산으로 꼽히는 지리산, 그것도 천왕봉 아래 자리잡아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절집이라는 상징성이 이 절집에 이저런 이야기들을 얹었으리라.

 

<법계사>가 늘어뜨린 돌계단을 몇 개 걸어 내리면 <로타리 대피소>가 있다.

 

 옛날엔 '로타리 산장'이라 불린 곳이었는데, 취사장과 매점, 화장실이 갖춰져 있어 많은 사람들은 여기를 기점으로 숨을 고른다. 중산리에서 칼바위를 거쳐 오르는 길, 개선문을 거쳐 오르는 길, 그리고 법계사로 오르는 길, 천왕봉으로 오르는 길 들이 이 한 곳에서 만나고 흩어진다. 예전에도 그리 생각했지만 '로타리'라는 이름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외래 이름들을 하나씩 바꾸려는 노력도 자연을 생각하는 만큼이나 값진 것이라는 생각!